[영화]베를린영화제 참가 '파트리스 셰로 감독'

  • 입력 2003년 2월 13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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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는 오히려 자국(프랑스) 영화에 대해 인색한 편입니다. 프랑스 감독들은 차라리 다른 나라에 가서 상을 받는 게 쉽죠. 올해는 내가 심사위원장이 되니 복수의 시간이 왔다고나 할까요.(웃음)”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프랑스의 영화감독 파트리스 셰로(58)가 자신이 감독을 맡은 영화 ‘그의 형제’로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그는 최근 베를린 하얏트 호텔 컨퍼런스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칸은 무조건 어려운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그런 시각이 꼭 옳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여왕 마고’(1994년)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영화 ‘인티머시’(2001년)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형제’는 불치병에 걸린 형 토마스가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동생 뤽과 재회하면서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필리프 베쏭의 동명 소설을 6개월만에 영화화했다. 토마스는 병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데 애쓴다.

“삶과 죽음은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병을 이길 수 있다고 믿지만 삶은 어차피 거짓 위에 세워져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은 투병을 포기함으로써 삶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번 영화도 이전 작품처럼 철저히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인공이 죽음과 직면해 느끼는 감정들은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시종 담담한 필치를 유지한다.

“내 영화는 항상 현재를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려면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죠. 우리가 ‘지금’ 직면한 문제들은 무엇인가를 직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한 때 오페라 감독으로도 활동하면서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반지’ ‘룰루’ 등의 작품을 연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페라나 연극에는 영화가 누리는만큼의 자유가 없습니다. 7년간 무대 연출을 쉬었고 앞으로도 7년간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베를린영화제 중반 결산▼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독일 영화의 부흥을 내걸고 100편이 넘는 독일영화들을 각 부문에 포진시켰음에도 할리우드 영화의 우세는 여전했다.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시카고)과 폐막작(갱스 오브 뉴욕)을 모두 할리우드 영화로 채운데다 경쟁 부문에 할리우드 영화를 5편이나 포함시켜 올해도 ‘할리우드의 유럽 전진 기지’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니콜 키드먼, 리처드 기어, 조지 클루니, 에드워드 노튼, 캐서린 제타 존스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등장으로 영화제는 열기가 가득했다.

○…미국 영화전문잡지 ‘스크린’은 상영된 경쟁부문 진출 영화 12편에 점수(4점 만점)를 매겼다.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8개국의 영화 기자들이 참여한 이 평가에서 가장 호평받은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모티브로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놓인 세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 ‘디 아워스’(평균 3.7)다.

2위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3.0)이고 3위는 ‘어댑테이션’(2.8)이 차지했다. ‘영웅’은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 영화의 색채가 바뀌는 화려한 양식미를 평가받았다. 기발한 감각을 자랑하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어댑테이션’은 극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고 있다. ‘스크린’과 달리 이 영화에 대한 슈피겔 등 독일 매체들의 평가는 야박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황금곰상의 향배는 15일 가려진다.

○…올해 영화제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질문이 자주 나왔다. 리처드 기어, 케빈 스페이시, 니컬러스 케이지 등은 “잘 해결됐으면 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지만, 스파이크 리 감독과 배우 에드워드 노튼은 ‘반전(反戰)’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 스페인 배우 산체스 기욘은 “전쟁에 반대하는 독일 정부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타게스 슈피겔 등 독일 일간지는 10일 유니세프(UNICEF) 주최로 열린 ‘평화를 위한 영화(Cinema for Peace)’행사에서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배우 더스틴 호프먼의 발언을 1면 톱기사로 싣기도 했다.

베를린=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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