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 맨 먼저 넘어야 할 장애물은 고산 지대의 혹독한 추위다. 초속 40m의 강풍속에 영하 30도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노루기’는 줄기의 털로 보온효과를 내고 ‘노랑만병초’는 줄기에 부동액을 간직해 추위를 견딘다. 또 ‘두메양귀비’는 바람이 불면 꽃잎을 오그려 꽃가루를 보호한다. 꽃잎은 상해도 꽃술만은 온전히 지켜내는 야생화의 노력은 동물들의 모성애를 보는 듯 하다.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야생화들은 거센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매우 작은 꽃을 가진다. 꽃이 크면 쉽게 꺾이기 때문이다. 탐스러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들은 곤충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짜 꽃’을 피운다. ‘산수국’은 꽃받침을 꽃잎 색깔인 연보라색으로 변화시켜 자신을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든다. 일단 수정이 되면 꽃받침 색깔은 다시 초록색으로 돌아온다. 이 프로그램은 꽃을 전문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촬영가 김정명씨가 1995년부터 8년간 백두산을 열두차례나 오가며 촬영했다. 촬영 분량이 60분 짜리 테이프 50개에 달하나 MBC는 이를 1시간으로 줄였다.
김씨는 “기존 다큐멘터리는 식물 도감처럼 다양한 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데 그쳤다”며 “한국의 토착 고유 식물에 대한 관심과 보존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