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혈액형으로 뜯어본 영화속 캐릭터들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7시 51분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며 변심한 여자에게 기막혀 하는 상우(유지태)의 혈액형은 아마 A형이 아닐까?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신중한 A형 남성들은 ‘결혼’이나 ‘이별’에 관해서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작은 일에 상처 받고 소심하게 속으로 끙끙댄다. 반면에 상대 여자인 은수(이영애)의 캐릭터는 O형일 확률이 높다. 연하의 남자를 타깃으로 삼거나 잘 생긴 남자를 선호하며 정열적으로 행동한다. 빈틈없고 탁월한 균형감각에 이별도 자신이 결정하고, 상대를 잘라버린 뒤에도 후회가 없다. 딱 은수다.

□가문의 영광

거친 오빠들 덕에 시집가게 된 ‘가문의 영광’의 진경(김정은)은 A형의 여자일 것이다. 배려가 뛰어나고 순종적이며 일단 좋아하게 되면 정성을 다하지만, 울화통이 터지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스타일. 상대에게 미움이나 버림을 받기 싫어 점점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데 상대에게 짓밟히거나 이별을 암시받았을 때는 불끈해서 사고를 치거나 단호히 상대를 버리고 가버려 ‘한 성질’을 보여준다. 아주 가끔. 그녀의 상대인 길 잃은 남자 대서(정준호)는 AB형 남성에 가까운 성향이다. 끈적한 관계를 싫어해 냉정한 편이고 지적이고 혹은 합리적이며 건조하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연인에게도 100% 밀착하는 일은 없거나 상대가 달라붙는 것도 싫어하고 관계 정립에 늘 급급하다. 그러나 결국 진경에게 넘어간 걸 보면 이런 부류의 남자는 주변의 완력과 윽박에 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바웃 어 보이

아버지의 유산으로 직업을 가져본 적 없는 무위도식 낭만파인 ‘어바웃 어 보이’의 윌 (휴 그랜트)은 언제나 어디서나 준비된 사랑으로 무장된 B형일 확률이 높다.

좋게 말해 천진난만, 사랑에 빠졌다 하면 어떤 상대든 맹렬히 접근하기 때문에 만남의 가능성을 도처에 늘어놓고 산다. 사랑의 찬스가 많은 그들은 매력적이지만 너무 여자를 좋아하는 못말리는 남자이기도 하여 연애대로 최고의 ‘무드 메이커’다. 여자 쪽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며 그의 인생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덩치 좋은 여자 A형 스타일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르네 젤위거)이랑 잘 되게 했어야 했다.

□엽기적인 그녀

쾌활하고 제멋대로이지만 호기심이 왕성하고 사랑이 많은 B형의 여자들은 결혼 뒤 좋은 아내가 되며, 남성들이 흥미진진해하는 캐릭터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녀 (전지현)가 아주 가까운데 대체로 과격하지만 싹싹하고 밝은 구석이 많아 현명한 주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남 견우(차태현)는 O형 남자에 근접하다. 결혼상대로 권할 만하며 가정의 행복을 실현시킬 로맨티스트고 낙천적이며 현실적이다. 상대에 의해 기가 푹 눌려 있지만 사랑에 순정적이며 결혼하면, 아버지의 자리나 가족을 중요시 한다. 단 이별에 관한 한 한바탕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사나이의 순정을 배신하면 결과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여성인 AB형의 대표선수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희(엄정화). 냉정하고 지적이며 도회적인 멋쟁이 여자라고 할 만한 타입. 고독을 즐기고 자기 맘대로이며 상대에게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남자를 점점 집착하게 하거나 반대로 초조함을 맛보게도 한다. 초조해진 남자가 프로포즈를 해도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절대 응하지 않는다. 결혼과 연애는 별개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상대인 준영(감우성)은 AB형과 B형, 거기에 심지어 A형까지 섞인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 세상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숨겨두고 만나고 싶은 이상형의 남자다.

어디까지나 웃자고 써본 캐릭터 분석이니만큼 정확하다는 것은 아니다. 집중력은 없지만 자신이 톱이 되어야 한다며 없는 집중력을 만들어 낸다는 O형과 연애를 한다면, 혹은 종일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느라 스트레스 덩어리인 A형에게 접근하는 사랑법, 다이어트 도전 뒤 성공률이 가장 높다는 지독한 AB형을 함락시키고, 뜨거워지기도 쉽고 식어버리기도 간단해 연애사건의 베테랑이 많다는 B형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 등 피에 얽힌 성격들을 고려하며 영화를 보다 보면 나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추가되지 않을까.

정승혜 <영화사 ‘씨네월드’ 이사> amsaja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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