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화]눈부신 가을엔 영화를 읽자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7시 51분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아무리 영화팬이라고 해도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마주하면 어두컴컴한 영화관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법. 그럴 땐 공원 벤치에 앉아 영화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자.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영화 관련 책을 소개한다.

▼美 법정 영화에 나타난 법의 양면성▼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을 향해 날다(효형출판)〓서울대 법대 안경환 교수가 ‘영화 속에 나타난 법’을 쉽게 풀어 쓴 책. 영화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공적(公的) 텍스트’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이 책은 ‘레인메이커’ ‘의뢰인’ 등 미국 법정 영화에 초점을 맞춰 법의 양면성을 조명했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에서는 시민종교로서 헌법의 역할을 강조했고 ‘나의 사촌 비니’ ‘필라델피아’ 등에서는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위한 법에 대해 기술했다. 또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데블스 애드버킷’은 법이라는 외형과 절차만 갖추면 악도 정의로 둔갑하는 미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미국법과 미국사법제도에 대한 해설은 물론영혼을 구제하는 법의 임무에 대한 철학적 물음들을 제시하는 책.

▼‘쥬라기 공원’의 공룡은 백악기때 등장▼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동아시아)〓과학은 대중에게 친근한 관심사가 아니다. 저자인 고려대 물리학과 정재승 연구교수는 과학을 재미있게 알리는 매개체로 영화를 택했다.

과학에 대한 어렵고 지루한 설명 대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학적 오류를 꼬집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 ‘쥬라기 공원’의 경우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은 대부분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에 살던 것들이다. 원작자인 마이클 클라이튼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는 후문도 전한다.

▼디자인은 영화의 메시지 전달하는 수단▼

▽영화, 디자인으로 보기(디자인하우스)〓영화는 회화 건축 음악 등 예술의 전 분야가 통합된 종합예술이다. 미국 마이애미대 건축·실내디자인학과 박진배 교수는 영화 속 풍경에 담긴 디자인도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는 데 주목한다.

‘그린 파파야 향기’의 주인공 소녀 무이가 어린 시절에 입는 녹색 옷은 청순하고 착한 성격을 나타내지만 처녀로 성장해 주인집 아들과 사랑이 시작되면서 의상은 와인 빛으로 바뀐다. 영화 ‘안개 속의 풍경’에 박혀 있는 노란 기둥과 철도 승무원의 노란 의상은 아버지를 찾고 싶은 원망을 표현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제품, 패션, 의자, 공간, 도시, 건축 등을 풍부한 컬러사진자료와 함께 디자인의 관점에서 꼼꼼히 읽어내린다.

▼한국영화가 앞으로 나아갈 길 제시▼

▽아틀란티스 혹은 아메리카(현실문화연구)〓1998년 영화 ‘쉬리’의 성공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열렸으나 100억원 가까이 제작비를 들인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그 가능성에 제동이 걸렸다.

이 책은 한국영화가 양적으로는 팽창했으나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을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해외 영화제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멀티플렉스 극장의 상업 논리에 밀려 조기 종영된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영화평론가, 대학강사, 영화기획사 관계자 등 한국영화의 미래에 대한 저자 14명의 생산적인 담론을 소개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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