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승씨(23·중앙대 조소과 3년)는 장선우 감독의 외아들이자 영화음악 전문 창작팀 ‘복숭아’의 멤버다. ‘복숭아’의 멤버는 장씨를 포함해 5명. 달파란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등 장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악 전문가들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씩 음악을 해 온 터라 서로 함께 일한 적도 많았지만, 함께 모인 것은 올해 4월 ‘복숭아’를 만들면서부터다. ‘성소’는 ‘복숭아’의 첫 작품. 이 밖에 ‘해안선’ ‘YMCA 야구단’ ‘아치와 씨팍’ 등도 이들이 음악을 맡은 영화들이다.
‘복숭아’의 장점은 다양한 음악. 달파란은 테크노, 장영규는 유럽 팝, 방준석은 브리티시 팝, 이병훈은 가요 등 서로 자신있는 부문이 뚜렷해 한 영화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섞일 수 있다. 4명이 모두 참여한 ‘해안선’이 그 예. 음악적 갈등은 없을까? 그들은 “다들 너무 안싸우는 게 탈일 정도”라고 했다.
사업자등록증에 등재된 대표는 막내인 장씨지만 그는 “수평적 조직이어서 대표는 의미가 없다”며 자신도 ‘팀원’임을 강조했다. 영화사와 계약, 비용관리, 의견 조율 등 음악 외적인 업무는 모두 장씨의 몫. 나머지 4명의 작곡가들은 오로지 음악을 선곡하고 창작하는 데만 전념한다. 가령 ‘성소’의 경우 달파란이 ‘아베마리아’ ‘베사메무초’ 등을 선곡하면 장씨가 이 곡의 저작권자와 만나 계약을 하는 식이다. 저작권 계약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잘 알려진 외국곡일수록 더 그렇다. ‘성소’에서 쓰인 ‘아베마리아’의 경우 주인공인 성냥팔이 소녀가 총을 난사하는 장면에서 깔리기 때문에 음반사는 “영화 장면이 곡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꺼렸지만 결국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버지인 장 감독도 “이번 영화에 삽입된 곡들은 하나같이 저작권 문제가 복잡했는데 일을 잘 처리했더라고” 하며 은근히 아들 자랑을 하기도 했다.
장씨가 음악 슈퍼바이저로서 아버지의 영화에 ‘공식’ 참여한 것은 처음. 하지만 예전에도 장 감독에게 음악 감독을 추천하기도 했고, ‘거짓말’에서는 자신이 만든 곡이 삽입되기도 했다.
아들이 아닌 음악 슈퍼바이저로서 그가 평가하는 장 감독은 어떨까?
“스태프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변덕이 심하시더라고요.”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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