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성낭팔이…' 음악맡은 장선우감독 아들

  • 입력 2002년 9월 11일 17시 31분


영화음악 전문그룹 ‘복숭아’  영화음악 전문 창작집단 ‘복숭아’. 이름의 뜻을 묻자 “멤버 중 한 명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얘기 끝에 그냥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왼쪽 끝이 장선우 감독의 아들 민승씨.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영화음악 전문그룹 ‘복숭아’ 영화음악 전문 창작집단 ‘복숭아’. 이름의 뜻을 묻자 “멤버 중 한 명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얘기 끝에 그냥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왼쪽 끝이 장선우 감독의 아들 민승씨.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성소)’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음악 슈퍼바이저’라는 생소한 직함과 함께 ‘장민승’이라는 이름이 눈길을 끈다.

장민승씨(23·중앙대 조소과 3년)는 장선우 감독의 외아들이자 영화음악 전문 창작팀 ‘복숭아’의 멤버다. ‘복숭아’의 멤버는 장씨를 포함해 5명. 달파란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등 장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악 전문가들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씩 음악을 해 온 터라 서로 함께 일한 적도 많았지만, 함께 모인 것은 올해 4월 ‘복숭아’를 만들면서부터다. ‘성소’는 ‘복숭아’의 첫 작품. 이 밖에 ‘해안선’ ‘YMCA 야구단’ ‘아치와 씨팍’ 등도 이들이 음악을 맡은 영화들이다.

‘복숭아’의 장점은 다양한 음악. 달파란은 테크노, 장영규는 유럽 팝, 방준석은 브리티시 팝, 이병훈은 가요 등 서로 자신있는 부문이 뚜렷해 한 영화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섞일 수 있다. 4명이 모두 참여한 ‘해안선’이 그 예. 음악적 갈등은 없을까? 그들은 “다들 너무 안싸우는 게 탈일 정도”라고 했다.

사업자등록증에 등재된 대표는 막내인 장씨지만 그는 “수평적 조직이어서 대표는 의미가 없다”며 자신도 ‘팀원’임을 강조했다. 영화사와 계약, 비용관리, 의견 조율 등 음악 외적인 업무는 모두 장씨의 몫. 나머지 4명의 작곡가들은 오로지 음악을 선곡하고 창작하는 데만 전념한다. 가령 ‘성소’의 경우 달파란이 ‘아베마리아’ ‘베사메무초’ 등을 선곡하면 장씨가 이 곡의 저작권자와 만나 계약을 하는 식이다. 저작권 계약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잘 알려진 외국곡일수록 더 그렇다. ‘성소’에서 쓰인 ‘아베마리아’의 경우 주인공인 성냥팔이 소녀가 총을 난사하는 장면에서 깔리기 때문에 음반사는 “영화 장면이 곡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꺼렸지만 결국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버지인 장 감독도 “이번 영화에 삽입된 곡들은 하나같이 저작권 문제가 복잡했는데 일을 잘 처리했더라고” 하며 은근히 아들 자랑을 하기도 했다.

장씨가 음악 슈퍼바이저로서 아버지의 영화에 ‘공식’ 참여한 것은 처음. 하지만 예전에도 장 감독에게 음악 감독을 추천하기도 했고, ‘거짓말’에서는 자신이 만든 곡이 삽입되기도 했다.

아들이 아닌 음악 슈퍼바이저로서 그가 평가하는 장 감독은 어떨까?

“스태프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변덕이 심하시더라고요.”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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