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DVD 전성시대 왔다…디지털TV 판매 월드컵 타고 봇물

  • 입력 2002년 6월 24일 14시 52분


“월드컵아∼ 고맙다!”

월드컵 때문에 피해가 심했던 극장가와 달리 DVD 타이틀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포스트 월드컵’ 특수에 대해 기대를 한껏 하고 있다.

당초 월드컵 때문에 DVD 매출이 급감하는 것 같다는 불안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 개막을 앞둔 5월부터 축구 중계에 대한 기대로 디지털TV와 대형TV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불안은 오히려 희망으로 바뀌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디지털TV 판매량은 7만5000대로 4월 판매량 4만7000대에 비해 60%나 늘어났다.

여기에는 이왕 대형TV나 디지털TV를 살 계획이라면 월드컵 시즌 전에 사서 축구 중계를 더 크고 선명한 화면으로 박진감있게 보자는 소비 심리가 작용한 것. 게다가 월드컵 기간 중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경기마다 200대가 넘는 DVD플레이어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여러 기업들에서도 DVD플레이어 홈시어터세트를 경쟁적으로 경품으로 내놓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DVD플레이어와 홈시어터 구입에 대해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때마침 DVD대작들의 출시까지 잇따르고 있어 하드웨어에 이어 DVD타이틀 구매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월드컵을 코 앞에 앞둔 지난달 14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DVD가 출시돼 이미 8만장 이상 판매된 데 이어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2’ ‘드리븐’ 등 대작들의 출시가 이어졌다.

월드컵이 끝난 7월 이후에는 ‘블랙호크다운’ ‘디 아더스’ ‘친구’ ‘오션스 일레븐’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타임머신’ ‘ET 20주년 기념판’ ‘스파이더맨’ ‘스타워스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 ‘몬스터 주식회사’ ‘늑대의 후예들’ ‘블레이드2’ ‘백 투 더 퓨처 3부작’ ‘위 워 솔저스’ 등 DVD 대작들이 대거 나올 예정이다.

양적으로도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매달 200여종의 DVD가 쏟아지고 있어 비디오 월평균 출시량인 50여편을 크게 웃돌고 있다.

DVD관련 업체들은 “대형TV와 홈시어터 하드웨어 판매가 급증한 데 이어 양질의 DVD타이틀이 하반기에 집중 출시됨에 따라 올해는 DVD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DVD시장 규모가 최근 급감하는 비디오 시장을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DVD로 영화를 즐기는 풍토가 정착된 미국은 지난 한 해 DVD타이틀 시장 규모가 168억달러를 기록해 개봉영화 시장 84억달러, 미디어시장을 주도해온 서적 매출 165억달러를 모두 따라잡았다. 미국에서는 DVD가 최고의 매체로 등극한 셈이다.

DVD의 확산은 ‘안방극장’의 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 5.1채널의 극장에 맞먹는 입체 음향에 TV나 비디오보다 더욱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 DVD의 매력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여기에 월드컵이 끝난 뒤 대형TV에서 볼거리를 잃게 된 이들에겐 DVD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영상업계에서 마케팅의 기본 방침이 되고 있다.

한편으론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진 음반업체들도 MP3처럼 복제가 쉬운 CD 대신 좋은 영상과 사운드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뮤직DVD를 새로운 시장의 돌파구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DVD가 영화비디오와 음반 모두를 대체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극장에선 덤덤 안방에선 화끈…DVD가 영화 흥행성적 바꿔▼

DVD만의 흥행법칙이 따로 있다?

극장 개봉에서는 참패한 영화가 DVD 시장에서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 ‘드리븐’의 경우 극장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최근 DVD로 나온 지 한 달 만에 2만장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홈시어터를 시험할 만큼 뛰어난 음향과 카레이싱의 현란한 액션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단박에 판매 순위 톱10에 올랐다.

실사 영화를 방불케 했던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도 개봉 당시에는 영화제작사가 문닫을 만큼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DVD로 출시된 후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배급업체가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주인공 아키의 뮤직비디오와 NG장면까지 재제작해 소장 가치를 높인 전략이 DVD마니아들에게 어필한 셈이다.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친 한국 영화 ‘무사’도 뛰어난 음향과 화질의 DVD로 출시돼 비슷한 시기에 나온 흥행대작인 ‘공동경비구역JSA’ DVD의 판매를 2배가량 웃돌았다.

이처럼 극장 흥행에서는 부진했지만 DVD로 나와 판매에 성공한 최신 타이틀로는 ‘공각기동대’ ‘아멜리에’ ‘촉산전’ ‘라스트캐슬’ ‘글루미선데이’ 등이 있다.

이처럼 독특한 ‘DVD만의 흥행법칙’이 알려지면서 DVD 제작업체들은 판권료가 싸면서도 DVD로는 성공할 만한 타이틀 발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DVD보급이 크게 늘면서 앞으론 극장에선 실패해도 DVD로 ‘대박’을 올릴 영화들이 잇따를 전망이다.

김종래·파파DVD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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