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파업직전 협상타결 "휴~"

  • 입력 2002년 5월 30일 17시 45분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29일 KBS가 노동조합(위원장 박상재)과의 갈등으로 파업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가 경영진과의 심야 협상이 타결돼 월드컵 중계 파행의 위기를 모면했다.

KBS 노조는 수일전 임금인상 및 노조 축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어 오다가 22∼24일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파업안을 가결했으며 파업 돌입 시점을 30일경으로 잠정 예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S에서는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대체 인력을 파악하는 등 한때 비상이 걸렸다.

당초 노조는 29일 오후 5시 총회를 열어 파업 돌입 시점을 발표하려 했으나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마지막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같은 상황에 대한 부담은 경영진도 마찬가지였다는 후문이다.

협상은 29일밤 9시 KBS 박권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박상재 위원장이 참석해 네시간여의 줄다리기 끝에 임금 인상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 등에 대해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협상에서 이례적인 것은 박 사장이 직접 나서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 방송가 일각에서는 “사측이 적극적 자세로 협상에 임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국가적 대사인 월드컵을 볼모로 노조가 무리한 파업 결행 의지를 비췄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KBS 내부에서도 “비록 파업안이 가결됐지만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지나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한 중견 PD는 “월드컵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려 했으나 파업 결정 소식을 듣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월드컵 관련 방송이 차질을 빚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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