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림축구-디디에-컵 '축구영화 짜릿짜릿'

  • 입력 2002년 5월 28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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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컵'
영화 '컵'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 다가왔다. 영화는 월드컵을 정점으로 한 세계적인 열풍에 비해 축구를 홀대해 온 편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더욱 격렬한 액션이 포함된 종목을 선호했다. 죽음을 넘나드는 격투를 다룬 복싱이나 몸싸움이 격렬한 미식축구가 영화에 더 자주 등장했다. 이는 미국이 영화산업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남미와 유럽 중심의 축구가 배제된 탓도 있을 것이다.》

축구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로는 우선 ‘교도소 월드컵’이 떠오른다. 방성웅 감독의 이 영화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주최한 ‘교도소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죄수 축구단의 활약을 그린 코미디이다.

1968년 작인 김수용 감독의 ‘맨발의 영광’은 공이 없어 헝겊으로 축구를 하는 보육원 축구팀이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쉬리’의 마지막에 등장한 남북한 축구 장면은 프랑스 월드컵 직전의 한중 평가전을 화면에 담은 것이다. 또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는 설정을 바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저지하려는 일본 극우파 세력의 음모를 그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2년 월드컵 ‘리허설’처럼 개봉한 ‘소림축구’는 기존의 무협 영화에 축구를 결합해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코미디. 공이 땅 속을 헤집고 가는 등 과장된 축구 기술이 웃음과 잘 버무려져 있다.

프랑스 알랑 샤베 감독의 ‘디디에’는 프랑스식 유머로 축구를 그린다. 여자 친구의 애완견 ‘디디에’가 벼락을 맞고 사람으로 변한다. 축구 코치인 피에르는 디디에를 선수로 기용하고, 디디에는 엉덩이로 슛을 막는 등 갖은 묘기를 보이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1994년 7월14일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결승전을 40개국의 카메라맨들이 동시에 기록한 영화 ‘결승전’ 등 8편의 축구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

‘컵’은 축구에 열광하는 티베트 망명 승려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 오리엔 스님은 호나우두의 등 번호를 새긴 속옷을 입고 다닐 만큼 축구에 열광적인 14세 소년이다. 영화는 전통적인 승려복을 입고 있는 승려들과 코카콜라 캔을 차는 승려들의 선명한 대비 속에서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의 화해를 추려낸다.

축구는 이제 일상이다. 그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희망의 주술’ 같은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의 축구는 ‘화해와 희망을 향한 드리블’ 같은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축구 중계가 흘러나올 때, 사람들은 일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느낀다. ‘컵’에서 어려움에 처한 승려들이 축구를 통해 위안을 느꼈듯이,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서는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 사람들이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TV 안테나를 설치하면서 새 삶을 향한 희망을 설계했던 것이다.

유승찬(영화사 백두대간 전무)idgangn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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