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단편영화의 새로운 도전 '묻지마 패밀리'

  • 입력 2002년 5월 19일 16시 53분


단편 '사방에 적'
단편 '사방에 적'
40분을 넘기지 않는 단편 영화가 전국 개봉관에 걸리기란 쉽지 않은 법. 그러면 이들을 이어붙여 하나의 장편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묻지마 패밀리’는 이처럼 ‘내 나이키’(박광현 감독) ‘사방에 적’(박상원 감독) ‘교회 누나’(이현종 감독) 등 3개의 단편 영화를 연작으로 이은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해 ‘킬러들의 수다’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장진 감독이 각색 기획을 맡은 것으로 2002년 한국 영화 시장에서 단편 영화의 생존법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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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배우, 다른 캐릭터〓‘묻지마…’의 가장 큰 특징은 같은 배우를 각각 다른 단편 영화에 다른 캐릭터로 출연시킨 점. 세 편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이 영화는 익숙한 배우를 계속 출연시키며 같은 배우가 자아내는 다양한 이미지의 ‘충돌’을 보는 재미를 준다.

장진 감독은 “세 이야기로 세 번 웃거나 울 수 있으면 좋은 것”이라며 하나의 이야기로 한정된 느낌만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기존 장편의 단점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 나이키’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갖고 싶어 푼돈을 모은 중학생을 ‘삥’ 뜯는 불량 고교생으로 나온 신하균은 ‘사방에 적’에서는 유부녀와 놀아나는 제비족으로, ‘교회 누나’에서는 기차 안에서 지나가는 행인으로 나온다. 이외에 ‘피도 눈물도 없이’의 정재영, 류승범도 ‘3작 3색’의 캐릭터로 관객을 흡인한다.

단편 '내 나이키'

▽코미디의 힘〓‘묻지마 패밀리’의 3개 이야기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나이키 운동화를 갖고 싶어하는 중학생 가족의 이야기(‘내 나이키’), 러브 호텔의 한 층에서 일어나는 조폭과 유부녀의 불륜에 얽힌 이야기(‘사방에 적’), 교회에서 만난 연상의 유부녀를 향한 이등병의러브스토리(‘교회 누나’) 등이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는 냉소적인 장진식 블랙 코미디로 변주되면서 ‘웃음의 규칙성’을 갖는다. 나이키 살 돈을 뺏긴 후 그 상표를 본 떠 신발이나 옷에 붙이거나(‘내 나이키’), 몸을 ‘뚫으러’ 온 킬러를 화장실 변기를 뚫으러 온 청소원으로 착각한 조폭 간의 어긋나는 대화(‘사방에 적’) 등은 장진 감독이 ‘킬러들의 수다’에서 보여준 웃음 코드를 물려 받았다.

단편 '교회 누나'

▽장진의 힘, 하지만…〓신하균 정재영 임원희 등 스타급으로 발돋움한 배우들을 단편 영화에 ‘쓸어 담 듯’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획자 장진의 전작에 출연했던 인연 때문. 이들이 ‘푼돈’의 캐런티로 출연한 덕에 제작비는 5억원 가량 밖에 들지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묻지마…’는 단편 영화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캐스팅은 웬만한 장편 상업급이다. 한 영화 평론가는 “‘묻지마…’의 호화 캐스팅은 단편 영화로는 극히 이례적인만큼 아직 열악한 제작 여건에 있는 국내 단편 영화의 새로운 표본으로 삼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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