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다큐 '어머니', 누워서 산 25년…영원한 후원자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47분


자식과 부모는 전생에 빚쟁이와 채무자의 관계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래서 부모는 전생에 자식에게 진 빚을 갚느라 뼈가 빠지고, 자식은 그 고마움을 모른다고 한다. MBC는 8일 어버이날 특집 다큐멘터리 ‘어머니’를 통해 뒤늦게 고마움을 깨닫는 ‘빚쟁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장애 시인으로 알려진 박진식씨(35)는 근육이 서서히 굳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25년째 투병 중인 그는 손끝 하나 움직이기 힘들지만 얼굴만은 밝다. 그의 뒤엔 영원한 후원자인 어머니 조순씨(56)가 있기 때문이다.

10세때부터 몸이 굳기 시작한 그는 14세부터 6년간 자리에 누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흔한 신세한탄 한 번 하지 않고 25년을 한결같이 밥을 먹이고 몸을 씻겼다. 자신에게 허락된 날이 많지 않다는 걸 느낄만큼 요즘 몸이 좋지 않다는 박씨. 그동안 어머니에게 너무 받기만 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는 시를 써 인세로 번 돈으로 어머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이가 불편한 어머니에게 의치를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이외에도 신세대 며느리 강지은씨(28)의 시어머니 간병기는 돈 때문에 부모도 죽이는 살벌한 시대에 회초리를 갖다댄다. 그는 뇌중풍으로 전신마비가 된 시어머니를 아이처럼 달래며 5년동안 병수발을 해왔다. 인터넷에 올린 간병기 때문에 강씨는 요즘 ‘미친 며느리’로 통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소순씨(31·여)의 사연은 오히려 평범해서 더 슬프다. 모녀관계가 흔히 그렇듯 이씨도 평소 어머니에게 온갖 짜증과 투정을 마음껏 부렸다. 그러나 1999년 어머니가 갑상선암 선고를 받고 꼭 4개월만인 그해 어버이날 사망하면서 그는 오열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