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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4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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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두는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이 세상의 ‘또 다른 작은 세계’는 이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SBS 자연다큐멘터리 ‘곤충, 그들만의 세상’(6일 밤10·50)은 때로는 동료도 잡아먹으며 살아남는 곤충들의 치열한 생존 본능과 종족 보존의 현장을 확대해 보여준다.
무당벌레 애벌레의 등에는 작은 뿔이 여러 개 있다.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무당벌레 애벌레는 먹을거리가 부족한 봄과 가을에는 동료의 뱃살을 파먹기도 한다. 그러나 동족을 먹은 저주는 그를 떠나지 않는다. 번데기에서 나와 성충이 될 때 동족을 먹은 놈들은 상당수 기형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고려곤충연구소장 김정환 소장(54)이 199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간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것을 50분짜리로 편집한 것. 김 소장은 디지털 캠코더에 접안 렌즈를 끼워 들고 2㎜ 크기의 곤충까지 화면 가득 찍으며 1년 중 10개월을 산에서 살았다. 그동안 찍은 분량은 400시간가량. 모시나비 수컷은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의 생식기 주위에 딱딱한 ‘교미낭’을 씌워 다른 수컷의 생식기가 뚫지 못하게 한다. 잠자리 수컷은 짝짓기 할 때 암컷 생식기에 남아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파낸다. 한편 사슴벌레는 수컷끼리 결투에서 이긴 승자는 패자를 얌전히 돌려보내기도 한다.
김 소장은 “곤충이 나름대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종족 번영을 위한 정의롭고 신비롭게 사는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