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C의 파렴치한 조작 방영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27분


MBC의 한 프로그램이 동물 포획 장면을 조작해 방영한 것은 시청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공영방송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일이다. 조작된 장면을 내보낸 ‘!느낌표’가 청소년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어린 세대들에게 미칠 악영향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MBC 측은 며칠 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에, 그것도 심야시간대에 사과방송을 내보낸 것은 당당하지 못한 자세다. 시청자의 따가운 눈총을 가급적 피해가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번 조작 방영은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가을 개편 때 방송사들은 오락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하면서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 나섰다. 방송사들이 시청률에 매달린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최근의 선정성 경쟁은 분명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MBC는 시청률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져 왔다. 이 같은 경쟁의 와중에서 이번과 같은 무리수를 범했는지 모르지만 더 큰 문제는 기본적으로 방송이라는 사회적 공기로서 도덕성과 공공성을 저버렸다는 데 있다. 겉으로 공익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렇듯 시청자를 우롱한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방송사 분위기라니 재발의 가능성은 상존해 있는 것이다.

우리 방송계는 위성방송 등 새로운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과도기를 맞고 있다. 채널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방송계의 밥그릇 싸움 등 어지러운 모습도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요즘처럼 혼란기일수록 방송 프로그램들은 선정주의로 치닫기 십상이다. 방송의 공익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해묵은 과제인 방송 공익성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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