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작가 강영호 "포스터란 한컷짜리 영화"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31분


영화 ‘인터뷰’ ‘파이란’ ‘피도 눈물도 없이’, 가수 김건모의 7집 앨범 ‘미안해요’, 12월 공연되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

이들을 하나로 꿰뚫는 공통점은 무얼까?

그것은 한 남자의 ‘향기’다.

그 남자는 사진작가 강영호(33)씨. 그는 앞서 열거한 영화의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제작했다. 영화 포스터에 들어 있는 사진들은 물론 본인이 직접 찍은 것. 뭇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던 그의 ‘작품’들은 이제 단순한 광고용이 아니라 그 자체가 팔리는 상품이 되고 있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찰칵 1-‘바람의 나라’

최근 그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은 가난한 연극계에서 매우 의외다. 그의 개런티가 비싼 편이기 때문. 영화 포스터 한편에 제작료가 1000만원, CF 사진은 3000여만원에 이른다.

“영화보다 사정이 열악한 뮤지컬 쪽에서 작품 포스터에 공을 들인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약간의 양보는 가능한 거죠.”

‘바람…’은 고구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사비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작품. ‘천년의 사랑’의 로커 박완규와 ‘눈물’의 박화요비가 각각 호동과 사비로 출연한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시 제부도 벌판에서 촬영된 이 작품의 포스터에서 박화요비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사랑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여성 사비였다.

강영호는 “홍콩 여배우 왕조현이 영화 ‘천녀유혼’으로 처음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처럼 박화요비에게 포스터를 통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12월29일∼2002년1월6일까지 예술의 전당.

#찰칵 2-‘인터뷰’

99년 그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의 포스터는 영화 포스터를 새로운 볼거리로 만들었다. 주인공인 심은하와 이정재가 벤치에서 낯설음을 뚫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바로 그 포스터다.

그는 “‘인터뷰’로 유명해져 인터뷰를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며 “포스터는 그냥 광고가 아니라, 한 컷으로 만드는 영화이자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포스터이후 외국 영화 포스터 일색이던 중심가 카페 벽면에는 이제 그의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가 만든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내년 개봉 예정)의 포스터는 제작비만 1억원 가까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에게는 ‘춤추는 사진작가’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사진을 촬영하거나 포스터를 제작할 때 그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비명을 내지르기도 하고 춤에 가까운 현란한 몸 동작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1인 총체극에 가깝다.

그는 “사진은 ‘비주얼 아트’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내 지론”이라며 “배우와의 감정적인 동화야말로 이 작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찰칵 400분의 1초의 사랑

그의 카메라 가운데 셔터 스피드가 가장 빠른 것은 400분의 1초였다. 그 찰나의 시간에 그는 “배우와 사랑을 나눈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그의 사진 경력이 95년에야 시작된다는 점이다. 당시 연극배우였고 지금은 영화배우로 유명해진 옛 애인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진을 시작했다.

“난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 사진을 찍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 사람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여러 사람을 위해 작업한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입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내가 뽑은 내 작품 '베스트5'

▽영화 ‘인터뷰’〓영화 포스터의 상품성을 최초로 인정받은 작품.

▽지오다노 청바지의 CF 사진〓CF 사진에 코믹 액션이라는 영화적 개념을 도입한 작품. 정우성 전지현, 두 주인공의 관계를 40여컷의 스토리로 구성한 뒤 촬영했다.

▽영화 ‘파이란’〓최민식은 이 포스터를 본 뒤 “영화가 사진보다 잘 나와야 된다”고 걱정했다.

▽김건모 7집 앨범 재킷〓작품의 모티브는 김건모를 국민가수로 부각시기는 것. 재킷을 펼치면 김건모가 군인 공무원 벤처기업가 트롯가수 학생 등 다양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영화 포스터의 ‘블록버스터’. 20여명의 엑스트라가 출연했고 인천 앞 바다에서 대형 배을 빌려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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