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화려한 시절', 추억이 쏟아진다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1970년대 초반의 사회 풍속도를 담은 SBS 주말극 ‘화려한 시절’(밤 8·50)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일 시작해 6회동안 15∼19%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이 드라마의 코드는 ‘복고’. 30여년전 버스 안내양과 두부 공장, 기와집 등이 등장하면서 당시의 따쓰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왜 1970년대인가

이 드라마의 작가 노희경은 “각박한 현실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는 드라마가 사람 냄새를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극본을 썼다”고 말했다.

주부 조정애(41·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도 “드라마를 보면서 어릴 때 비록 가난했지만 작은 방에서 온 가족이 도란도란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젊은층에게도 ‘화려한 시절’은 신선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문종성(21·K대) 씨는 “교복과 버스 안내양 등 경험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재미있다”며 “그러나 부모와 선생에게 반항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복고 드라마가 3∼5년을 주기로 방송가에서 유행을 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김우룡 교수는 “1996, 97년경 ‘육남매’ ‘옥이 이모’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처럼 ‘화려한 시절’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30년 전 고교생과 버스 안내양

교복과 버스 안내양은 ‘화려한 시절’의 대표적 복고 상품이다. 고교생인 철진(류승범)은 요즘 보기 드문 순정파다. 매사에 삐딱하면서도 좋아하는 여선생이 결혼하자 들꽃을 도시락에 담아 선물한다. 조폭이 되겠다며 나이트 클럽을 찾아갔다가 쫓겨난다.

버스 안내양 은실(공효진)은 당시에나 가능했을 법한 맹목적인 사랑을 펼친다. 짝사랑하는 철진이 사창가를 갔다왔다며 떠벌이자 “목욕탕 가서 깨끗이 씻고 오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은실이 입은 자주색 안내양 의상은 이 드라마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때' 서울 이태원 거리 부활

경기 일산의 탄현 SBS에 ‘화려한 시절’을 위해 마련된 오픈 세트는 800여평. 두부공장과 이태원 술집 거리, 양기와집 등이 ‘부활’했다.

SBS 아트텍 서상정 국장은 시계 바늘을 30년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세트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경기 문산 용주골을 수차례 답사한 끝에 과거 이태원 거리와 양기와집을 재현할 수 있었다. 재래식 두부 공장은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어 수소문 끝에 강화도의 한 곳에서 자문을 받았다.

자동차는 ‘금호상사’라는 옛날 차 전문 대여점에서 빌려왔다. 하루 대여비는 택시 15만원, 버스 40만원, 외제 캐딜락 자동차 50만원이다.

이밖에 70년대 식당 메뉴판은 서울 낙원동이나 무교동 식당에서 자료를 입수했고, 영화 포스터 나팔바지 소주병 등은 SBS 아트텍이 자체 제작한 것이다.

#'감초' 배우들의 맛내기

중견 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복고 드라마의 따쓰함을 더해준다.

우선 임현식 임예진 부부. 임예진이 집안 일에 손 하나 까딱 않으면서 “세상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임현식이 운동복 차림으로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설거지를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70년대 풍경이다.

한량으로 변신한 박근형의 열연도 흥미롭다. 계란과 사이다를 게걸스럽게 먹으며 아가씨를 향해 휘파람과 윙크를 건네거나 “이 넓은 천지에 내 집 하나 없다”고 한탄하는 모습이 오히려 오래 전에 잊어버린 ‘여유’를 던져주는 듯하다.

#앞으로의 이야기

낮에는 가짜 대학생, 밤에는 술집에 나가는 민주(박선영)을 두고 철진과 나이트클럽 관리인 강석우 등이 사각관계를 벌인다. ‘빠다’가 형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류승범은 끊임없이 “너는 내꺼”라고 외치는 공효진의 품에 안긴다. 회장을 사칭해온 박근형은 소학교 동창인 박원숙 집에 더부살이를 하다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이종한 PD는 “앞으로 류승범이나 지성 등 젊은 배우 외에 극중에서 남모르는 사연을 갖고 있는 중견 배우들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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