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사극 <홍국영>, 시청률 고전 면치 못해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MBC 50부작 월화드라마 ‘홍국영’(밤 9·55)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호텔리어’(수목) ‘그 여자네 집’(주말) 등 다른 드라마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그림자는 더욱 어둡다. 3월26일 첫방송 이후 지금까지 방송된 분량이 극 전체의 20%를 넘기면서 이같은 부진은 더욱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시청률도 줄곧 10% 미만이다(TNS미디어 코리아 기준). KBS1 ‘태조 왕건’, SBS ‘여인 천하’ 등과 함께 형성하려던 ‘사극 3각 편대’에서는 확연히 탈락했다.

MBC 내부에서도 “7월까지는 계속 방송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대타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송 초반에 부진했던 원인은 사극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히는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갓을 쓴 채로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었다. 아직도 ‘홍국영’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오’로 끝나는 어투를 ‘했니’ 등으로 고치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전진 배치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제작진은 아예 ‘무협 사극’이라는 형식으로 내용을 덮어버려 드라마로서 짜임새마저 상실한 느낌이다.

지난주 방송에서 서씨(이태란)가 무공을 회복하는 장면을 홍국영(김상겸)이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든지, 영화 ‘비천무’를 연상케하는 특수효과 등은 TV 드라마가 영화와 다른 점을 망각했다는 인상을 줬다.

제작진의 이전 경력을 보면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지 더욱 의아해진다. 이재갑 PD와 작가 임충씨는 ‘미망’ 등을 통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고 형식 못지않게 내용에 힘을 실어왔던 사극계의 베테랑이다.

“시어로 산문을 쓰려다보니 안된다”는 MBC 드라마국 관계자의 말처럼 지난해 ‘허준’을 기억했던 시청자들은 당분간 영 헷갈리는 사극을 보게될 것 같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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