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액시스(Axis)

  • 입력 2001년 4월 13일 17시 57분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 배경으로 삼은 <액시스>는 국내 제작사인 '재미 시스템'에서 만든 작품이다. '재미 시스템은' 3차원 슈팅게임인 'X-Storm3D'로 유명한데 재미와 멋진 화면까지 겸비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SF적인 요소들이 매력인 <액시스>는 서기2071년 지구가 거대 혜성 '기간틱'과 충돌 위험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소멸될 위기에 처한 지구는 핵미사일을 동원하여 혜성을 파괴한다. 그러나 혜성의 파편이 지구로 떨어져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고 세계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파괴된 도시들을 복구하면서 기업들은 부를 축적하게 되고 강한 힘을 가진 거대기업도 등장한다. 거대기업을 의식한 각 나라들은 힘을 합해 국제국가연합(GNU)을 발족하고 거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DOCWA'라는 단체를 결성한다. 이에 기업들은 합법적인 연합무장단체인 '지오라이트 광산 조합'을 조직해 'DOCWA'와 대적하기로 결의하면서 거대 기업과 국가간의 본격적인 분쟁시대가 열리게 된다.

<액시스>는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게임을 이끌어 가는 진행형 게임이 아니다. '퀘이크'나 '언리얼'처럼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멀티 플레이형 게임이다. 싱글 플레이 위주의 게임이었던 '아메리칸 맥기스 엘리스'나 '언다잉'같이 게임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는 없지만 짧은 시간에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레이싱 게임이 떠오르는 시원한 속도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1인칭 게임은 행동반경이 지상에 국한돼 있었지만 <액시스>는 'ARM'이라는 로봇을 조종해 지상은 물론 공중까지 거칠 것 없이 누빌 수 있다. 게이머는 'DOCWA'에 비공식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일루전 포스'가 되어 기업이 일으키는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된다.

<액시스>는 1인칭 액션 게임의 최고봉인 '퀘이크'나 '언리얼'과 다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기를 찾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게임 시작과 더불어 모든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다. 시작과 동시에 로켓런처나 레일건 등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기다리고 있던 적에게 맞아 죽는 일이 없다. 플레이어의 기체가 격추돼서 다시 시작해도 무기는 물론 탄환도 다시 장전된다. 한번 죽어도 기본 무기만 가지고 불리하게 게임을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초보자와 숙련된 게이머의 실력 차를 줄이는데는 성공했지만 게임의 몰입도는 떨어졌다. 게이머가 죽게되면 모든 무기가 없어져서 순간순간 긴장을 놓지 않는 '퀘이크'류의 게임과는 달리 오히려 탄환을 모두 소모해서 죽여(?)주기를 바라는 때도 있다.

자신의 기체를 꾸미는 재미도 쏠쏠하다. 싱글 플레이를 즐기면서 얻은 장비들로 자신의 취향에 맞춰 기체를 개조할 수 있다. 기체의 색은 물론 근접전 혹은 장거리 전투 위주로 설정할 수도 있어 개성이 뚜렷한 기체들을 베틀넷(멀티 플레이모드)에서 만나곤 한다. 신출귀몰하면서 백발백중으로 싸우는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 기체를 설정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할 것이다.

<액시스>는 전투가 주는 재미가 각별한데 애니메이션 '건담'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전투 방법이 압권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적과 교전을 시작하는데 거리를 좁혀 파괴력이 강한 근거리 무기로 결정타를 날리면 시원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전후 좌우 상하로 행동반경이 크기 때문에 등뒤에서 적에게 당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어느 게임보다 복잡하고 정확한 조작을 요구한다. 기본적인 전투만 하더라도 많은 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키 조작이다. 1인칭 게임은 게임 전용 패드나 스틱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기체의 빠른 속도 때문에 키보드와 마우스의 조작감이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액시스>의 화면은 깔끔하면서도 차가운 모습이다. 스테이지가 온통 금속으로 되어 있어 더하다.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액시스>는 3차원 가속모드로 'OpenGL'과 'Direct3D'그리고 '부두'카드의 'GL'모드를 지원해 거의 모든 그래픽 카드에서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언다잉'처럼 터무니없이 고사양의 컴퓨터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을 조종한다는 이유로 1인칭 액션게임이라 분류됐던 '퀘이크'류의 관점에서 볼때 <액시스>는 별종이다. 사람대신 기체를(ARM)을 조정하면서도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것이 이유인데 그렇다고 1인칭 슈팅 게임으로 부르기에는 기존의 1인칭 액션들과 게임성이 대동소이한 것이 문제. 하지만 레이싱 게임을 연상케 하는 스피드감과 기존의 1인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전투는 게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용구<동아닷컴 객원기자> kyk5755@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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