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 뮤지컬 '시카고'…춤 야하게만 비쳐 아쉬움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9시 59분


뮤지컬은 최근 몇 년간 공연계의 화두였다. 가볍다는 비판도 있지만 연극계의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비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만 해도 ‘명성황후’ ‘도솔가’ 등 창작 뮤지컬은 물론 ‘라이프’ ‘렌트’ 등 브로드웨이의 흥행작들이 잇따라 공연됐다.

8일 국내 초연된 ‘시카고’는 ‘미스 사이공’ ‘라이언 킹’ 등과 함께 제작비와 무대 여건 때문에 공연되지 못했던 작품. 이 작품의 제작비는 로열티 4000여만원 등 총 7억여원. 한두해전 기준으로 따지면 영화 제작비에 못지 않은, ‘뮤지컬의 블록버스터’라고 할 만하다.

잘 알려진 대로 ‘시카고’는 남자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 두 여성, 벨마(인순이)와 록시(최정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심각한 작품이 아니다. 위트와 유머, 끈적끈적함에 가까운 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번 공연은 윤기있는 라이브 음악과 화려한 조명, 무대를 꽉 채우는 군무 등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투적인 느낌은 있지만 최정원과 교활한 변호사 빌리역의 허준호도 노래와 연기를 통해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다.

벨마와 록시가 ‘Nowdays’를 부르는 엔딩 신에서 인순이의 성량과 최정원의 기교가 만들어내는 화음도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한국판 시카고’는 상업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맛’에 접근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인순이의 가창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벨마의 캐릭터는 너무 밋밋하다. 이 바람에 벨마와 록시의 갈등은 어정쩡해지고, 재치있는 원작의 매력은 속도감없이 장면이 나열되는 듯한 지루함으로 바뀌어졌다.

춤도 손발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이로인해 배우들의 춤이 야하게만 비쳐지는 것이 아쉽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야한’ 느낌을 뮤지컬 속에 녹인 한차원 높인 춤의 매력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7일까지 오후 4시, 7시반. 02―577―198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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