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일요일 밤'의 100분 왜 이리 지루할까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46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요일 저녁 6시10분)가 지루하다.

‘사랑의 게릴라 콘서트’ ‘서바이벌 대작전’ ‘천하일품’ 등 세가지 아이템으로 무려 100분을 메우는 동안 말장난과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늘어지는 통에 짜증스럽다. 특히 ‘게릴라 콘서트’나 ‘천하일품’코너는 30여분간 단초적인 웃음거리 외에 특별한 정보가 없어 “저런 것을 저렇게 오래 해야 하나”(박순희씨·37·주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방영된 ‘게릴라 콘서트’.

인기 절정의 그룹 ‘H.O.T.’가 당일 단 1시간의 홍보로 1만명을 모아 콘서트를 하는 것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러나 홍보는 1시간만에 이뤄진 게 아니다. 콘서트 하루 전에 ‘H.O.T.’측에 통보됐고 마침 그때 열렸던 SBS ‘H.O.T. 컴백 스페셜’ 녹화 자리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졌다. ‘일요일 …’측은 “컴백 스페셜 때 소문이 퍼져 가수들이 홍보도 하기 전에 팬들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날 방송은 1시간동안 홍보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정을 잘 아는 시청자가 이에 대해 “긴장감을 위한 조작”이라고 말해도 제작진이 반박하기 어렵다.

‘서바이벌 대작전’은 한강에 빠진 차속에서 탑승자가 탈출하는 과정을 모의 실험했다. 명분은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차속에서 어떻게하면 침착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 제공. 그러나 물속으로 가라앉는 차의 뒷자리에 앉은 이재석 이혁재 등이 불안에 떨면서 아우성을 치는 모양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예고된 추락 등 설정된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이어서 정보 제공의 효과도 의문이고 한강물에 차를 빠트리는 행위 자체도 수질 환경을 생각하면 개운치 않다.

‘천하일품’에서는 홍콩의 진귀한 음식을 소개했으나 코너 대부분은 여성 출연자들이 먹어보고 재료를 알아맞추는 과정에서 수다를 떠는 것으로 채워졌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조리방법이나 재료별 특징에 대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개별 코너의 방영 시간보다 건강하고 유익한 오락이 얼마만큼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29일부터 ‘서바이벌 대작전’ 등을 ‘김용만의 휴먼 체험’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등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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