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2<클래식 오디세이>,정통인지 '무드'인지 혼란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7분


KBS 2TV가 가을개편과 함께 모처럼의 새 클래식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오래 전부터 고전음악의 단골 시간대로 자리잡아온 늦은 밤 12시40분, 직장인으로서는 월요일 출근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쁜 일요일 밤시간에 자리가 마련됐다. 제목은 ‘클래식 오디세이’. 제작진은 “클래식음악을 영상화하여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 구성, 시청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15일 밤(16일 새벽) 방영된 첫시간은 일단 본 궤도에 들어서기 전의 ‘숨고르기’ 쯤으로 보였다. 주제를 ‘달’로 잡아 드뷔시 ‘월광’, 맨시니 ‘문 리버’ 등 달과 관련된 클래식, 경음악 소품을 들려낸 것은 “무드 있는 음악을 가벼운 터치로 엮어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엿보이게 한다.

그러나 KBS 홈페이지에 약속된 ‘뮤직 갤러리’(유명 음악가를 직접 초대해 연주를 감상) ‘클래식 파일’(외국 아티스트의 연주를 감상하고 그 음악가를 상세히 소개) 등의 코너는 첫 회에서 생략됐다. 출연자 섭외나 자료 확보 등에서 상대적으로 긴 준비기간이 소요될 만한 코너는 등장하지 않은 것. 이 점은 진행자(정세진 아나운서)가 줄곧 사이버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이어나간 점과 무관치 않아보였다. 결과적으로 ‘달’에 관한 음악소개와 영화 줄거리 소개, 잔잔하고 감상적인 분위기만이 흐르는 ‘한밤의 무드있는 음악 코너’가 되고 말았다.

‘무드 클래식’ 코너로서도 물론 얼마든지 완성도높은 프로그램을 엮을 수 있다. 그러나 당초의 약속과 다른 내용으로 편집된 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이 ‘개념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을 갖게 했다. 우선 이 프로그램이 고전음악의 수용층을 넓히고자 마련되었는지, 기존의 고전음악 수용층에게 거부감 없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마련되었는지부터 명확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쪽을 모두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과욕에 가깝다.

만일 ‘수용층 확대’ 쪽이라면 해외의 수준높은 영상물을 소개하는 편이 더 의미있을지 모른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네티즌들은 대부분 “크로스오버등의 경로를 통해 단계적으로 클래식을 알기 보다는,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단하나의 거작(巨作)을 접하고 충격과 같이 이끌렸다”고 고백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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