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기타와 인생'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55분


기타와 나.

15일 방영되는 MBC의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신중현’편(밤 10시35분)은 어쩌면 이런 제목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15세 때 처음 접한 기타를 평생의 반려자로 삼아 ‘한국 록음악의 대부’로 꼽히게 된 그의 인생에서 기타는 운명이고 도(道)이고 혼(魂)이었기 때문이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던 신중현은 6·25전쟁때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다. 어머니는 폐병으로 돌아가시고 3세짜리 여동생은 영양실조로 죽는다. 소년가장 신중현은 초등학교 5학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서울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제약회사 급사로 취직한다. 하루 십여시간씩 일하던 고단한 생활에서 유일한 낙은 약품 배달차 자주 오가던 영등포 한 악기상에서 발견한 기타. 몇 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을 주고 구입한 기타를 기타교본만 보고 바로 연주가 가능했던 그는 그 때부터 2년간 독학한 실력으로 미8군 예술단의 무대로 진출할 정도로 기타연주에 천재적 솜씨를 보였다. 그리고 62년 한국 최초의 그룹사운드 ‘애드4’ 결성을 필두로 10개의 그룹사운드를 만들고 ‘커피 한잔’,‘봄비’,‘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 한국 대중음악의 선도적 음악을 창조해냈다.

‘성공시대’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는 음악을 해온 탓에 자신의 앨범은 단 한 장도 히트시키지 못했고 박정희정권때는 무려 22곡이나 금지곡이 되면서 음악생명이 끊기다시피한 그의 성공비결을 한국인으로서의 치열한 자의식에서 찾았다. 그런 자의식의 성장과 함께 그의 기타 역시 지판은 1㎝씩 파였고 세 손가락 운지법만으로도 깊은 소리를 울려내게 변해갔다.

서울 문정동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제2의 ‘아름다운 강산’으로 만들었다는 ‘너와 나의 노래’를 손질중인 그는 최근 다시 삭발했다. 머리를 휘날리며 다시 기타를 연주할 그날을 기다리며.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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