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남희석 본보에 '반성문' 보내와

입력 2000-09-27 18:35수정 2009-09-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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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남희석의 토크 콘서트’가 여성민우회에 의해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꼽히자 진행자인 코미디언 남희석이 동아일보에 ‘반성문’을 보내왔다.<편집자>

◇반성문◇

일단, 무조건 반성한다.

내가 진행하는 ‘남희석의 토크 콘서트, 색다른 밤’이 여성민우회에서 선정한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뽑혔다. 선정된 여러 이유 중 ‘진행자인 남희석의 저질 언어 구사…’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유재석씨가 출연했을 때 “젖꼭지가 처졌다”느니, “함몰유두” 라느니 하는 말이 오간 것은 솔직히 너무 지나쳤고 그 대목에 관한한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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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로서 자질을 운운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하지만 ‘자질’이 있다고 해서 아나운서나 전문 MC가 코미디언의 토크쇼를 대신 진행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MC를 맡기 시작했고 방송생활도 10년은 했다. 나는 머리 염색도, 귀고리도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며 방송을 해왔다. 아나운서만큼은 아니지만 방송에 적합한 표준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방송에서 ‘오뎅’이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오뎅’은 이미 일상에서 누구나 다 쓰는 말이다. 내 토크쇼만큼은 이처럼 좀 더 현실 속의 말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물론 그게 너무 지나쳐서 지적을 받았지만.

깊은 반성 속에 약간의 의견을 말하고 싶다. ‘스타 속풀이’ 코너는 스타들의 험담과 음해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로 칭찬만 하고 고상한 말을 나누는 것이 코미디 토크쇼는 아니지 않은가. 사실 출연자들이 정색을 하고, 분노에 가득차서 다른 스타를 음해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정말 그렇게 험담을 한다면 등촌동, 그 주차시설 안 좋은 곳까지 누가 일부러 험담을 듣겠다고 방청하러 오겠는가.

토크쇼를 진행할 정도의 코미디언을 키우려면 10년은 걸린다고 한다. ‘저질’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쓰러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초를 가꾸듯 물도 주고 햇볕도 쬐여주면서 키워주면 좋겠다.

만약 국가 대항 코미디대회에 나갈 국가대표 5명을 뽑는다면 나는 거기에 뽑혀 국제대회에서 지지않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잘 나가는 외국 코미디언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아마 얼마 못버틸 것이다. 그만큼 제약이 많다는 뜻이다.

다들 ‘미스터 빈’의 코미디를 보고는 웃으면서도 맹구나 영구를 보고는 ‘저질’이라고 욕한다. 부족해도 애정을 갖고 성장하도록 지켜봐 줄 수는 없는 걸까.

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두가지 원칙을 생각한다. 하나는 표절이냐 아니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이것을 우리 엄마, 내 여동생, 내 딸과 함께 본다고 할 때 과연 낯뜨겁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방송의 오락기능을 너무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방송이 NHK는 아니지 않는가.

언제라도 생방송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토론 자리가 있으면 나가고 싶다. 변명이나 이해를 구하거나 치열하게 치고받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얘기하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말만’ 잘할 뿐 ‘말도’ 잘하지는 못하는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행여 내 반성문이 정말 반성하는 내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까 봐 걱정된다.

여러분, 정말 반성 많이하고 앞으로 더 노력 할테니 저 좀 잘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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