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내달 4일 500회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50분


KBS의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수 오후 7·35)가 10월 4일 500회를 맞는다. 내년 3월 1000회를 맞는 MBC의 ‘전원일기’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대추나무…’는 ‘전원일기’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하나 갖고 있다.

90년 9월9일 ‘소문난 사람들’편부터 다음달 4일 방영될 ‘축복’편까지 500회를 한편도 빠짐없이 단 한명의 작가가 집필했다는 기록이다. 이런 진기록의 주인공은 양근승 작가.

올해 65세인 양작가는 61년 KBS 신춘방송극본 최우수상으로 방송계에 입문한 현역 최고령 방송작가다. 그가 쓴 드라마는 2년 넘게 방영됐던 ‘TV손자병법’을 포함해 연속극만 20여편, 단막극과 라디오드라마까지 합치면 200여편에 이른다.

“‘대추나무…’가 첫 방송을 탈 때 ‘전원일기’를 제외한 농촌드라마의 수명은 6개월 안팎이었지. ‘대추나무…’도 당초에는 6개월만 방송하기로 하고 시작한 드라마였어. ”

그런 드라마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시청률 때문이다. 작가가 놀부를 염두에 두고 창조했다는 자린고비 황민달(김상순 분)의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인기로 한때 30%까지 치솟은 시청률은 지금도 17% 안팎을 유지한다.

“지금도 농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사 한줄에 수십통의 격려전화가 쏟아져. 그 맛에 글을 쓰다보니 일종의 사명감같은 것을 생기더군.”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분뇨를 퇴비로 쓰고있는 덴마크 얘기를 꺼냈다.

“덴마크에서는 도시사람들도 분뇨냄새가 진동하는 논밭을 지나면서도 코를 막고 찡그리는 법이 없어. 농민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에 꾹 참는거야. 우리 농민도 그 정도 대접은 받아야하지 않겠어.”

‘대추나무…’는 98년 398화 ‘사람사는 동네’부터 김상순을 포함한 출연진을 전원교체하고 무대를 김포에서 강화로 옮겨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새 드라마의 포인트는 희망이야. 농촌에서는 찾기 힘든 젊은이들을 일부러 등장시켜 그들이 농촌에 남은 이유를 찾다보면 농촌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10년 세월동안 딸을 셋이나 시집보내고 손주도 다섯이나 봤지만 그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큼 시청률을 다시 한번 쭉 끌어올린 뒤 손을 떼겠다”며 시들줄 모르는 창작열을 불태웠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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