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맨' 만화가 켄트 킴 누군지 궁금하셨죠?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09분


이상옥씨 등 여러 독자가 동아일보 독자서비스센터에 ‘켄트킴이 도대체 누구인가’를 물어왔다. 더욱이 켄트킴이 지난 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동아일보에 만화 ‘하버드 맨’(매주 화 금요일·Arts 섹션)을 연재하고 있다고 밝힌 뒤 그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

켄트킴은 ‘하버드 맨’ 작가의 미국이름이고 한국이름은 김형섭(27)이다.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그리고 6월 27일 시작돼 연재 한달을 맞은 ‘하버드 맨’은 대단히 지적이고 시대를 앞선 만화로 꼽히고 있다.

“저는 만화를 보다가 하버드대에 들어갔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만화 그리는 일이예요.”

그는 1989년 서울 잠실고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해 ‘독하게’ 공부해 하버드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장미빛 미래를 포기하고 만화의 길을 택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하버드대 애니메이션과정을 함께 수료했다. 최근 창작만화집 ‘만화 보다가 하버드 갔습니다’(징검다리)를 내기도 했다.

“월가에서 돈을 듬뿍 번다고 해도 뭐가 좋을까요. 어릴 적 만화를 보면서 꿨던 꿈과 배웠던 정신, 그걸 다시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그의 대담하고 적극적인 기질도 한몫했다. 대학 2학년 때. 논어 맹자 등 동양고전을 보다가 ‘젊어서 스스로 스승을 찾아나가라’는 글귀를 보고 즉시 행동에 나섰다.

미국 일본 굴지의 대기업 사장, 주지사, 국회의원, 연예인 등 수백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내용을 우리 식으로 번역하자면 이렇다.

“저는 방랑검객인데 강호의 스승을 찾아뵙고 내공을 쌓고 싶습니다.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주세요. 내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오늘의 리더에게 배우고 싶습니다.”

‘오늘의 리더들’은 당돌한 대학생의 제안에 기꺼이 시간을 내 직접 만나주거나 답장을 해줬다. 국내 인사 중 고건서울시장 개그우먼 김미화씨 등 수십명과 접촉이 됐다.

미국 석유회사인 아모코사 회장이 ‘사회에서 멋있게 보이려고 하지 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1인자냐 2인자냐에 상관없이 즐겁다’는 얘기가 답장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버드대에서 4년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버드 맨’에 담아 뭔가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기존 만화와는 다른 고급스런 재미가, 즉 내가 아니면 도저히 그릴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싶어요. 그것은 세계의 우수한 젊은이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쌓은 제 경험을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교육쪽에 관심이 많다.

“우리 교육은 수많은 천재들을 사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자녀들을 ‘자랑거리’로 삼고 싶어할 뿐 그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격려해주는 역할에는 익숙치 않은 것 같아요.”

그가 인터뷰 도중 뭘 그적거리길래 살짝 넘겨다 봤다. ‘Dream Impossible Dreams(불가능한 꿈을 꿔라)’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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