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해무드 깰라" TV 6·25특집 수위 고심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41분


6·25전쟁 특집을 준비중인 TV3사가 남북정상회담 여파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수정하고 방송 예정 날짜도 조정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간 화해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의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시 떠올리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KBS는 12부작 ‘다큐멘터리 한국전쟁’과 ‘일요스페셜-6·25 전사자들의 유골찾기’를 비롯해 드라마 ‘유리구슬’ 등을 특집으로 준비했다. 이중 ‘유리구슬’은 아예 6·25라는 말을 빼고 ‘특별기획 드라마’로 이름을 바꿨고 방송도 7월3, 4일로 미뤘다. 최근 진상이 밝혀진 노근리 사건과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소재로 했으며 가급적 6·25를 걸러내는 방향으로 제작중이다.

‘다큐멘터리 한국전쟁’은 회담전부터 방영 여부를 놓고 논란을 겪고 있다. 90년에 이미 10부작으로 방영된 것을 굳이 이 시기에 다시 방송할 필요가 있냐는 것. 게다가 12부작이어서 정상회담 직후 6·25를 다룬 프로를 ‘장기간’ 방영하는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방송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KBS는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방북했던 박권상사장이 15일 돌아옴에 따라 이 프로그램의 방영 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요스페셜’은 6·25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내용이 아니라 전사자에 대한 진혼곡 성격이지만 당초 방영계획을 일주일 늦춰 25일 밤에 방영한다.

MBC는 해병대 전투기록을 다룬 특집 드라마를 준비하다가 취소했고 현대사의 의문을 파헤치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도 다소 변경했다. 드라마는 6 당시 해병대의 전투를 극화한 것으로 군부대의 촬영 협조를 얻으려 했으나 부분 수정으로 6의 포연을 걷어낼 수 없어 아예 제작을 취소했다.

‘이제는 …’은 10여회 시리즈중 첫회에 6·25때 미군의 세균전 실태를 파헤치는 프로를 방영하려 했으나 한국측 군경에 의해 자행된 양민학살사건을 다루는 것으로 바꾸고 편성도 18일에서 25일로 미뤄졌다. 정길화 특임 CP는“남북정상회담이후 대화와 협력이 강조되는 기조에서 이번 시리즈가 그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기획중”이라고 말했다.

SBS는 ‘기아체험 24시간’만 편성하고 다큐 ‘판문점 일기’는 취소했다. 드라마 ‘당신의 편지’도 방영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SBS측은 ‘기아체험 …’은 비정치적 이벤트여서 부담없이 방영을 결정했다고.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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