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새 드라마 '도둑의 딸', 주현 능청 연기 기대

  • 입력 2000년 5월 25일 21시 21분


“‘허준’을 잡으려면 허준의 아버지가 나서야죠.”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한 아파트 상가앞.SBS의 새 월화드라마 ‘도둑의 딸’ 촬영현장에서 ‘도둑’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주현은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MBC 드라마 ‘허준’에서 극중 초반 허준의 아버지역을 맡았던 그에게 60%대를 넘나드는 ‘허준’의 시청률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이기 때문이다.

최민수 황신혜 이승연 등 거물급 배우를 내세웠던 SBS의 ‘사랑의 전설’이나 KBS가 물량공세로 나섰던 ‘성난 얼굴을 돌아봐’ 등이 ‘허준’에게 참패를 면치 못했던 상황에서 SBS가 뽑은 황금콤비 김운경작가와 성준기 PD.

29일 첫 방영될 ‘도둑의 딸’은 이 콤비가 인간미가 스며있는 드라마로 정면돌파하겠다며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기둥줄거리는 평생 도둑질만 해온 전과 12범의 아버지 김광수(주현)를 중심으로 온 가족의 전과를 합치면 20범이 넘는 도둑일가가 유일하게 전과기록이 없는 딸(김원희)의 설득으로 점차 개과천선해간다는 내용. 여기에 이들을 감시하는 강력반 형사(손주현)가 딸과 사랑에 빠지면서 펼치는 다양한 해프닝을 통해 사회 풍자와 변두리 인물의 짙은 페이소스를 전달해갈 계획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변두리 인물들에 대한 해학어린 묘사와 사회성 짙은 페이소스를 장점으로 하는 작가의 특장과 능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김작가가 썼던 ‘서울뚝배기’에서 근엄했던 이미지를 깨고 능청스런 연기자로 대변신에 성공한 주현과 역시 김작가의 대표작 ‘서울의 달’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김원희가 다시한번 호흡을 맞춘다. 여기에 이경영과 조형기 등의 탄탄한 연기력과 설수진 김래원 추소영 등 신인들의 풋풋함도 가미됐다. 10여년전 ‘야 곰례야’와 ‘달동네’ 등에서 능청스런 푼수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서승현이 오랜만에 코믹연기로 돌아온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KBS의 월화드라마 ‘바보같은 사랑’ 역시 소외된 서민층의 사랑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성준기 PD는 “작품에 충실하다보면 시청자들은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며 “도둑의 시각을 통해 사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설의 미학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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