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KBS '멋진 친구들', 시트콤으로서의 작품성 부족

  • 입력 2000년 5월 23일 10시 30분


시트콤에도 질과 수준이 있다.

SBS의 '순풍산부인과', MBC의 '세친구' 등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짜임새 있는 구성, 연기자들의 연기력과 호흡 등 나름대로의 '질'을 갖고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전 막을 올린 KBS의 '멋진 친구들'을 보며 제작진이 '시트콤이란 장르를 너무 우습게 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락 프로그램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시대에 시트콤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하나의 작품인데도 말이다.

'시츄에이션 코미디'는 이름처럼 상황설정이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멋진 친구들'에는 그럴 듯한 상황마저 없다. 기껏해야 이나영의 썰렁함, 김종석의 말도 안되는 '신참 길들이기' 정도이고, 하나같이 초등학생들도 재미없어할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시작해놓고 끝맺음도 어설프다. 시트콤은 이렇게 조악해도 괜찮은 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내로라하는 개그맨(이휘재, 남휘석, 유재석)들을 이용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왜 그들을 기용했나. 개인기로 웃기는 것도 아니고 호흡과 앙상블로 시청자를 휘어잡지도 못한다. 그들이 내뱉는 대사는 유치하다 못해 기가막힐 정도다. 이럴 바에는 뛰어난 작가와 신인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는 게 나을 것 같다.

KBS에 묻고싶다. 시트콤을 어떻게 보고있는 건가. 순수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오락도 하나의 중요한 텍스트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시트콤은 시청자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그 나름의 '질과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시트콤 자체를 '저질프로'라고 생각하는 시청자가 있다해도

이미 우리 안방에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젠 시트콤도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윤정민<동아닷컴 인터넷기자>qua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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