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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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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첫방송 직후 한 달 넘게 같은 시간대의 MBC ‘진실’에 눌렸던 ‘불꽃’이 지난 주부터 파트너를 ‘나쁜 친구들’로 바꾸면서 기사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실’ 방영 기간 중 평균 시청률이 15% 미만에 머물렀다가 지난주 10회 방송분(2일)이 처음으로 20%(23.5%)를 넘긴 것. SBS는 ‘나쁜…’이 기록한 30%대의 시청률 중 많은 부분이 ‘진실’의 시청률 탄력 덕분이라고 보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방영분을 3분의 1 가량 넘기면서 이렇다 할 시청자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불꽃’은 전형적인 김수현 식 작법을 2000년에 그대로 옮긴 드라마. 조사를 생략하고 서술어의 어미를 죄다 구어체로 풀어놓는 특유의 화법은 물론, 야누스적인 캐릭터들을 제한된 공간에 밀어넣고 날이 잔뜩 선 독설로 ‘일합’(一合)을 겨루게 해 감정을 증폭시키는 갈등 구조 등…. 그러나 MBC ‘허준’에서 보여지듯 시대극마저도 속사포처럼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 잡는 최근 드라마들의 구성에 비추어 볼 때 방송가에서는 80∼90년대의 멜로 코드를 고집하는 김수현의 ‘약발’이 이제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쪽이 많았던 것도 사실.
일단 지난주부터 ‘불꽃’이 본격적으로 ‘보는 재미’를 구축해가고 있다. 초반 조민수(민경 분) 외에 감을 잡지 못하던 다른 주연급 연기자들도 캐릭터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경영(강욱)과 이영애(지현)는 초반의 어색함을 떨쳐냈고, 차인표(종혁)도 이제 워밍업을 끝낸 듯하다. 앞으로는 지현과 강욱이 태국에서 벌인 외도가 종혁에게 들켜 종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접어들게 된다.
한 마디로 제작진은 지난해 초 시청률 40%대를 치솟았던 SBS ‘청춘의 덫’에서 김수현이 보여준 ‘슬로 스타터’로서의 저력을 기대하는 눈치다. 기획자인 이종수 부국장은 “갈등 구조가 한 달에 걸쳐 완성됐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