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이태원 "눈물이 주루루 최루연기에 촛점"

  • 입력 2000년 2월 16일 20시 43분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두 무대 모두에 서는 ‘왕비’가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프리마돈나 이태원(34).

25일∼3월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제4회 일민예술상 수상기념공연인 ‘명성황후 2000’(동아일보사 주최)을 마친 후 이태원은 3월13일 영국 런던으로 떠난다. 영국판 ‘왕과 나(King & I)’에서 첫 번째 왕비인 티앵역을 맡을 예정. 1997년 ‘명성황후’ 뉴욕공연 때 합류한 이후 명성황후역으로 ‘최장기집권’해 온 그의 모습도 이번을 끝으로 당분간 볼 수 없을 듯하다.

성악가 출신으로 줄리어드음대 석사인 이태원은 브로드웨이에서 ‘왕과 나’(1995∼1998년), ‘명성황후’에 출연하면서 ‘왕비 전문배우’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무대 밖의 모습은 수더분한 말솜씨에 소탈한 성격.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태원은 “설렁탕이나 먹으러 가자”며 손을 끌었다.

중학교 때 배구선수였고 미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한 경력도 있던 이태원은 타고난 힘과 어떤 무대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 1998년까지 김원정씨와 더블캐스트였던 그는 지난해부터는 홀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연 때는 심한 근육경련으로 응급처치를 받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태원은 “장기공연이라고 목이나 체력을 아끼다 보면 오히려 에너지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며 “매회 무대에서 모두 다 쏟아내는 것이 유일한 컨디션 조절법”이라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가 돼야 다음 공연엔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충만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민 1.5세대인 그가 구한말 역사를 알기 위해 하나둘씩 구해 읽기 시작한 ‘명성황후’ 관련책은 수십권이 넘는다.

“책을 읽을 때마다 무대에 올라가는 마음자세가 달라져요. 작년 3월 공연 때는 ‘명성황후 이야기’란 책에서 무사 홍계훈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애틋한 감정을 느꼈어요. ‘나는 조선의 국모다’에선 명성황후의 질투심 많은 성격 표현에 도움을 받았고요. 시해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명성황후를 찾아서’를 읽고는 너무도 많이 울었지요.”

이번 공연에서는 어린 세자에 대한 어머니의 슬픔과 눈물의 연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특히 세자역의 김가람군(11)이 너무 작고 사랑스러워 이태원은 연습 도중 세자를 꼭 안는 장면에서 눈물을 주루룩 흘린다.

이태원은 영국에서 활동할 1년 동안에도 언제든 쓸 수 있는 4주간의 휴가를 이용해 ‘명성황후’의 중국과 호주 공연에 출연할 계획이다. 자칭 ‘진드기’ ‘의리파’.

“이번 공연이 ‘명성황후’ 마지막이나고요? 천만예요. 나를 발길로 차내기 전에는 절대 그만 두지 않을 것입니다.”

화수목금 7시반, 토 3시반 7시반, 일 3시반, 7시. 2만원∼7만원. 1588-789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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