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7일부터 다큐 2편 방영…수리부엉이-호랑이 다뤄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지난해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로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방송관련 상을 휩쓴 자연 다큐의 ‘명인’ EBS 박수용(35) PD가 또다른 야심작을 들고 나왔다. EBS가 17, 18일 오후8시 방송하는 ‘수리부엉이’와 ‘한국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서’등 두편.

천연기념물 324호인 수리부엉이는 일본을 제외한 연해주 한국 만주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엉이 중 하나. 앉은 키만 80㎝이고, 날개를 펼치면 160㎝가 넘는다.

박PD는 4개월 간의 현장 답사 끝에 경남 김해의 부엉이골을 ‘목표 지점’으로 잡았다. “호랑이 찍으러 나무 위에 올라가 일주일을 내려오지않은 적도 있다”는 그의 장인정신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한 장소에서만 진을 치고 10개월동안 수리부엉이 일가의 생태를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아낸 것이다.

박PD는 조명에 대한 수리부엉이의 ‘체질적 거부감’을 줄이느라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이를 위해 부엉이가 출몰하는 지점에 조명을 고정 설치하고 변화의 차이를 느끼게 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조도를 높여 부엉이가 자연광처럼 느끼게했다. 이처럼 공을 들인 끝에 새끼 부엉이가 탄생해 수컷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배우는 장면, 새끼가 쥐를 통째로 삼키며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 부엉이가 어둠을 이용해 토끼를 기습사냥하는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부엉이 어미와 새끼들이 사고로 죽은 또다른 새끼 한 마리를 잡아먹는 장면도 담았다.

‘한국 야생 호랑이의…’는 4년에 걸쳐 한국 호랑이의 생존 가능성을 추적한 탐사물이다. 98년 10월부터 99년 2월까지는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생태 전문가들이 한국에 머물며 제작진과 함께 강원도 화천 등 몇 곳에서 발견됐다는 호랑이의 흔적을 추적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검증한 바로는 호랑이의 흔적이라고 알려진 것은 대부분 개의 발자국이라는 것. 박PD는 “호랑이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호랑이의 생존 여부보다는 이에 상응하는 호랑이 생태와 보호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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