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영화]'춘향뎐' 두 주인공 문답

  • 입력 2000년 2월 3일 10시 35분


어사 출두 그리고, 춘향과 몽룡의 해피엔드….

지난달 29일 개봉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영화는 흥겨운 장단 속에 ‘그 뒤에 누가 알쏘냐’라는 대목으로 막을 내린다. 과연 한양으로 올라간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됐을까? 촬영 때문에 극 중 이팔청춘의 몽룡과 춘향으로 1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조승우(20·단국대 연극영화과 2년)와 이효정(17·정신여고 1년). 두 주인공의 문답을 통해 ‘춘향뎐’을 둘러싼 후일담을 들어본다.

몽(조승우)〓당연히 춘향이는 행복했을 것이다. 19세에 과거 급제했으면 몽룡은 당상관 이상의 벼슬을 했을 테고, 또 당시 풍습을 따르자면 슬하에 2남4녀쯤 두었겠지.

춘(이효정)〓기녀 출신인 춘향이가 겪는 ‘신분사회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을 것 같아. 몽룡의 사랑이 있다고 해도 요즘처럼 둘만의 가정으로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강인한 춘향이라면 그 어려움도 극복했을 거야. 축첩이 당연하다는 변학도의 주장처럼 몽룡이도 나중에 바람 피우지 않았을까?

몽〓무슨 소리. 연인이 죽음까지 각오했는데 그렇다면 나쁜 사람이지.

이 작품은 두 연기자의 데뷔작. 이들은 지난해 3월 2037명의 응모자가 몰린 치열한 경쟁을 뚫고 14대 몽룡과 춘향으로 선발됐다. 조승우는 올드 팬에게는 잘 알려진 가수 조경수의 아들이고, 이효정은 선발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이들은 촬영을 앞두고 2개월간 발성과 연기수업을 쌓았고 예절, 거문고 연주, 당나귀 다루기 등 다양한 ‘과외수업’을 받기도 했다.

몽〓다른 건 그럭저럭 했는 데 러브 신은 정말 힘들었어. 첫날 밤 촛불을 손으로 끄는 데 뜨거워서 움찔했어. 그 순간 감독님이 ‘이 자식 지금 장난하느냐’ 며 불호령을 쳤지.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영화를 찍었는지 아무 기억도 안나. 2분 30초 간의 러브신을 위해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재촬영을 했는데….

춘〓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핑돌아. 몸이 힘들 때도 많았지. 나귀에게 배를 밟혀 시퍼렇게 멍도 들고, 곤장으로 무릎을 맞을 때는 혼자서 옷 갈아입다 울었어. 다음에는 사극말고 다른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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