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명랑드라마 '깁스가족'…병원서 펼쳐지는 '인간시장'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MBC가 ‘육남매’ 후속으로 7일 첫 방송하는 주간단막극 ‘깁스 가족’(금 오후7·25)은 한 종합병원 정형외과 병동의 환자들 이야기다. 하지만 무대가 병원이라고 결코 의학용어가 빗발치는 메디컬 드라마는 아니다. 주체가 의사가 아닌 환자인만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머리와 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병실에서 ‘가족’처럼 지내면서 빚어내는 사람 이야기를 엮어간다.

6개월 동안 계속될 이 드라마 첫 회 ‘신고합니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런 의도를 충분히 보여준다. 노란등이 들어오자 급정거해 교통사고를 낸 사람, 애인과 몰래 밤을 보낸 후 새벽길에 음주운전하다가 사고낸 주류 도매업자, 산업재해로 입원했다지만 ‘엄살기’가 농후한 포크레인 기사, 의사가 회진올 때마다 화장하는 40대 여자 등…. 여기서 병원은 외화 ‘ER’(KBS2 월 밤10·55)에서 보여지는 격정이나 치열함의 상징이기보다는 각양 각색의 인물군상이 모인 ‘인간 시장’이다.

때문에 제작진은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무게’를 최소화했다. 무대를 굳이 정형외과로 설정한 것도 정형외과 환자들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원상복귀될 확률이 높다는 점 때문. 연출자 이관희PD는 “정형외과 환자들의 ‘깁스’도 가벼운 웃음을 뽑아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명랑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람 이야기가 드라마를 끌고 갈 주 소재여서인지 캐스팅은 연기력이 기준이 됐다. KBS ‘용의 눈물’ 의 왕비 역으로 열연했던 최명길이 출산 후 2년만에 능력있지만 히스테리를 자주 부리는 노처녀 방송작가 조아라로 나온다. 또 KBS ‘왕과 비’에서 폐비 윤씨로 표독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성령은 극중 정성모(최태만 분)의 애인인 염경옥으로 나온다. 코믹 연기는 포크레인 기사 역의 권용운과 수간호사로 나오는 신신애(그는 70년대 실제 고려대 혜화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가 맡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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