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등 한국단편영화 화제작 7편 극장 개봉

  • 입력 1999년 7월 29일 18시 38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제인 캠피온 등 거장의 산실이었던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은 올해 한국 단편영화의 ‘축제 마당’이었다.

한국은 출품작 10편중 3편을 차지, 최다 진출국이 됐고 송일곤감독의 ‘소풍’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우리 영화사상 칸 영화제 첫 수상작으로 기록됐다.

올해 해외영화제에서 성가를 인정받은 단편영화 7편이 31일부터 ‘한국 단편영화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2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다. 관객에게 공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단편영화가 영화제 형식이 아니라 일반 영화와 같은 유료 상영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소풍’. 실직한 30대 가장이 가족과 동반자살하는 우울한 피크닉을 소재로 삼고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남편, 아이만은 살리고 싶은 아내,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 소리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감동을 자아낸다. 절제된 대사와 죽음을 앞둔 배우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영영’과 ‘동시에’도 칸 영화제 진출작. 김대현감독의 ‘영영’은 죽은 아들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는 노모의 모습을 동양적 색감으로 담아냈다.

김성숙감독의 ‘동시에’는 복권파는 실직 노동자와 포르노테이프 판매로 생계를 꾸려가며 복권에 매달리는 청년의 만남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소년기’와 ‘동창회’는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79년에 시작, 매년 2000여편이 출품되는 이 영화제에서 올해는 프랑스와 해외 각각 70편이 경쟁 부문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유일한 애니메이션인 ‘히치콕의 어떤 하루’는 이탈리아 몬테 카티니 단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서스펜스의 거장이었던 히치콕감독이 스튜디오로 출근하면서 겪는 일과 강박관념을 흥미롭게 연출했다. ‘사이코’ ‘다이얼 M을 돌려라’ 등 사이사이 노출되는 히치콕의 작품을 찾는 것도 관전 포인트. 이밖에 ‘송일곤 전작모음’과 주목할만한 단편을 모은 ‘단편걸작선’이 매주 토요일 심야상영된다. 8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철동 코아아트홀(02―739―9933)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시네마텍(02―741―3391).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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