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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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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자던 아이들을 번쩍번쩍 깨웠던 유아프로 KBS2 ‘꼬꼬마 텔레토비’ (평일 오전8·30)의 열풍이 시들해지고 있다. 유아 대상으로는 유례가 없었던 15%내외의 시청률도 두달여전부터는 10%미만.
반복과 느림의 미학으로 0∼4세 꼬마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가 유아팬들을 잃게 된 이유는 뭘까.
▽반복도 어지간해야〓‘텔레토비’의 인기비결은 단연 춤과 노래, “아이 좋아∼” 등 대사가 반복되는 도입부. 한때 어른들도 따라했던 이 부분은 판권소유자인 영국 BBC로부터 ‘수정불가’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세계 25개국에 방영하면서 BBC의 기호를 전달하려는 목적. 태양속에 그려진 아기얼굴만 방영 전 교섭을 통해 간신히 우리나라 아기로 바꿨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10월중순 첫방송 이후 2일(1백79회)까지 줄곧 같은 동작과 얼굴이 나왔다.이미 유아들의 ‘학습기간’이 지나 싫증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유아전문가들의 설명.
▽ENG부분도 비슷해요〓보라돌이 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국내제작부분도 유아들의 간접체험 위주로 진행된다. 직접 만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셈. 유아들이 ‘TV유치원’ ‘뽀뽀뽀’ 등 뛰고 노는 체조로 시작하는 기성 유아프로에 길들여진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형제격인 ‘노디’의 역풍〓MBC가 지난달 10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BBC유아프로 ‘안녕 노디’(월∼토 오전8·10)가 9%안팎의 시청률로 ‘텔레토비’와 엎치락 뒤치락 중이다.
‘안녕 노디’의 윤진영PD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등장시킨데다 심부름하기 사과하기 등 일상적 주제를 담아낸 것이 꼬마 시청자들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텔레토비’의 앞날은?〓‘달도 차면 기운다’는 우리 속담이 BBC유아프로에도 적용될까. 외계인 음모설까지 낳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텔레토비’에도 ‘발전적 해체설’이 나돌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