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뿌리뽑자』시청자들 단체 결성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55분


MBC 월화드라마 ‘청춘’표절 파문의 진원지는 ‘모(母)프로그램’을 만든 일본 후지TV도, 경쟁사도 아닌 시청자였다.

3월1일 방송이 나가자마자 시청자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냐”며 PC통신에 표절의혹을 장면단위로 낱낱이 제기했다.

그후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로 ‘청춘’파문을 마무리했다. PD협회 등에서도 사과성명을 냈다. 그리고 3개월.

그러나 표절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엔 SBS 수목드라마 ‘토마토’가 일본만화를 베꼈다는 주장이 일면서 이를 보다못한 시청자들이 직접 ‘표절 감찰반’을 만들었다.

PC통신 하이텔의 표절근절모임(go sg1380).

“무분별하게 표절이 이루어지면서도 그 진실은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로 시작하는 출사표답게 이 모임은 방송프로는 물론, 가요 만화 영화 등 거의 모든 대중문화장르의 표절신고를 받고 있다.

시솝(모임 운영자) 고세진씨(ID bingspot)는 “우리나라 표절문화에 종지부를 찍고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요즘 그룹 ‘신화’의 히트곡 ‘T.O.P’에서 샘플링 부분의 표절여부를 토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은 앞으로 ‘표절 문화상품’을 PC통신상에 공개할 계획이다.

그동안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영상세대들은 표절을 적발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이를 한데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 거꾸로 그릇은 있으나 능력부족을 절감해왔던 시청자운동단체가 이들의 움직임에 반색을 하고 있다.

서울YMCA 시청자운동본부 황자혜간사는 “표절의혹이 제기돼도 구체적 ‘증언’을 듣거나 모방대상 프로의 테이프를 구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젊은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표절방지운동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