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방송법 5년째 표류…외국위성방송에「안방」내줄판

입력 1999-05-06 19:37수정 2009-09-24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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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드라마가 우리말 자막과 함께 방송되고 있다. 1일부터 동양위성TV(OSB)가 매일밤 10시에 내보내는 ‘길위의 화가’가 문제의 드라마.

일본대중문화 가운데 TV프로는 아직까지 우리 정부가 개방하지 않은 장르다. 그러나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을 설치한 가정에서는 매일밤 이 일본드라마를 볼 수 있다. 방송정책을 관할하는 문화관광부나 전파를 관장하는 정보통신부는 속수무책이다. OSB가 국내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위성사업자인 까닭이다.

정부가 외국 위성방송을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5년여간 새 방송법을 제정하지 못했기 때문. 이 바람에 국내 위성방송은 법 미비로 방영되지 못하고 해외위성사업자들과 외국위성을 이용한 국내사업자들은 활개를 치고 있는 것.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OSB는 위성을 이용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베트남에까지 전파를 보낸다. 지난해 4월부터 선동렬 이종범이 뛰는 일본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 국내에 뿌리를 내렸다. 이 방송은 해외동포 선교를 주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홈쇼핑물 방영은 물론 한국상품 광고를 통해 한국시청자를 대상으로 영업한다. 물론 국내법의 감독은 받지 않는다.

2월 개국한 한미위성TV(KAS)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태평양 상공의 아길라위성을 통해 홈쇼핑물 바둑 등의 내용을 국내 상공에 쏜다.

이같은 해외위성방송의 국내 침투가 손쉽게 가능한 이유는 중계유선방송과 케이블 지역방송국들이 이 방송내용들을 재전송하기 때문. 두 사업자는 ‘시청자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위성방송을 내보낸다. 물론 현행법 위반이다. 당국의 단속도 없다.

반면 국내 위성방송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방송법 제정이 늦어져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자회사인 DSM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현재 KBS EBS 등의 위성방송은 법적 근거가 없는 ‘무법 방송’인 셈.

방송인들은 “새 방송법이 더이상 지연되면 국내 위성방송사업은 경쟁력을 잃게 되어 외국 방송에 안방을 고스란히 내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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