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간판공영프로 홀대]「문화탐험…」축소 좌천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29분


공영성도 결국 시청률과 광고료 앞에서는 모래성? KBS가 5월3일 단행할 봄철 개편을 앞두고 간판 공영프로그램으로 내세웠던 ‘문화탐험 오늘의 현장’(2TV 월∼금 밤8·25)을 목요일 밤 11시55분으로 ‘축소 좌천’시킨 것을 놓고 KBS 내외에서 나오는 푸념이다.

‘문화탐험…’은 지난해 가을개편에서 고품격 문화프로로는 이례적으로 평일 SA시간대(최고의 광고료를 받는 황금시간대)에 배정되면서 KBS가 ‘이래도 우리가 시청률 경쟁하냐’고 내세웠던 야심작.

차장급PD를 중심으로 무려 15명의 베테랑PD를 배치한 것도 특징. 충북 음성의 시골교회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여자교도소 내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등 잔잔한 파장을 몰고왔고 지난해말 경실련으로부터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방영직후 같은 시간대의 MBC ‘보고 또 보고’에 철저히 밀리면서 ‘문화탐험…’은 편성관계자들에게 눈엣가시로 자리잡았다. 화면 조정시간보다 낮은 3%대의 시청률에 광고도 ‘백판’(광고가 전혀 붙지않는 것)인 날이 부지기수였다.

기획을 맡은 이규환 책임프로듀서는 “프로를 맡은 직후 6천1백여만원의 광고료에 제작비를 합쳐 매일 7천여만원을 날린다는 지적을 사내외에서 들어왔다”며 푸념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지난해 말부터 제작진은 방영횟수 축소론에 시달렸고 이번 봄개편에서 시간대까지 광고료로 보면 최하시간대로 밀렸다.

KBS가 ‘문화탐험…’을 좌천시킨 데는 KBS2 TV의 광고수입이 2000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는 방송가의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매일 6천1백만원, 연간 1백44억원의 광고료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새로 팀장을 맡은 김규태 차장PD는 “이전보다 3분의1로 줄어든 다섯명으로 만들지만 시간대 옮긴 것을 후회할 정도로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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