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서태지신화 깰 수 있을까?』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08분


최근 3집 ‘부활’을 내놓은 그룹 ‘H.O.T’가 서태지 신화와 IMF의 불황을 동시에 넘어설 수 있을까.

96년, 5명의 고교생으로 구성된 ‘H.O.T’는 서태지를 잃어버린 신세대의 빈 가슴을 파고들었고 1집 ‘전사의 후예’와 2집‘늑대와 양’이 잇따라 밀리언셀러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2년 뒤. 서태지가 7월 솔로앨범을 발표하며 사실상 가요계에 복귀하자 이번에는 ‘H.O.T’가 9개월의 공백 끝에 새 앨범을 냈다. 영상음반협회 집계에 따르면 서태지 솔로앨범의 판매량은 8월말까지 1백13만여장. 올해 출시된 음반 가운데 유일하게 1백만장을 넘어섰다.

‘H.O.T’의 출발도 비슷하다. ‘부활’은 IMF의 불황에서도 출시되자마자 신나라판매차트에서 1위에 올라설 만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서태지의 ‘테이크 투’가 방송불가 판결을 받은 것처럼 ‘H.O.T’의 앨범중 유서를 소재로 한 ‘모나드’와 저질 가사 논란이 있는 ‘You Got Gun?’이 KBS와 MBC에서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음반에는‘열 맞춰(Line Up)’ ‘희망’ ‘투혼’ ‘모나드’ 등 14곡이 실려 있다. 도입부가 ‘젓가락 행진곡’으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열 맞춰’는 록과 힙합의 변주가 돋보인다. 열(列)로 상징되는 획일주의의 틀을 깨자는 주제. 또 IMF로 좌절에 빠진 아버지에게 신뢰를 보내는 ‘House Of Trust’ 등이 실려 있다.

특히 3집중 9곡이 강타 문희준 토니 등 멤버의 자작곡.

다른 뮤지션의 노래를 부르기만 했던 것에 비해 음악적 주장과 자신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강타 문희준 등은 “10대를 상대로 한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자작곡을 새 앨범에 대폭 수록한 것은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H.O.T’를 과연 서태지와 저울질할 수 있느냐는 팬들의 오랜 논쟁에 대한 해답은 댄스그룹에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이번 음반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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