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 주말극 ‘야망의 전설’제작진의 심정을 표현하면 이러할까. 화려한 출발에 저조한 시청률, 시청자 입맛에 맞춘 ‘구조조정’으로 시청률은 올랐으나 당초 기획의도는 사라졌으니….
3월말 첫방송 후 내내 10%대의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던 이 드라마가 종영을 한달반 앞둔 지금 30%대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주간 KBS프로 중 유일하게 시청률 10위권에 들어섰고 지난주에는 34.3%로 2위를 기록했다.
사실 KBS가 방영초기 ‘야망의 전설’에 걸었던 기대는 보통 이상이었다. KBS가 올해 정부수립 50주년 10대기획중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마련한 것이 ‘야망의 전설’이었다.
하지만 방송초기부터 주인공인 유동근 최수종 채시라의 관계가 ‘해방이후 험난한 인생을…’식의 ‘무게’에 눌려 밋밋하게 설정된데다, 짧은 호흡의 주말극에 길들여진 시청자에게 ‘서사시’풍의 전개는 환영받지 못했다. 10%대의 시청률이 넉달이상 이어졌다.
급기야 제작진은 기존 주말극 특유의 긴장과 반전에 볼거리를 끌어들여 시청자에게 영합했고 계획은 적중했다. 이정현(정희 역)이 한진희(박창식)일파에게 처참한 죽음을 당하던 한달전부터 극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것. 원래 이정현은 극중 정흥채와 맺어질 운명이었으나 시청률을 위해 ‘살신성인’한 셈이다.
요즘은 최수종(정태)의 특수부대 활약이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지난 주에는 칼과 총을 든 최수종의 액션신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장기오 드라마제작국장은 “한숨은 돌렸지만 애초의 기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