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대 사랑」여운 남기고…「그대 그리고 나」26일종영

  • 입력 1998년 4월 24일 07시 26분


‘황혼의 터프가이’ 재천(최불암)을 고뇌에 빠뜨렸던 사랑은 어떻게 될까.

홍여사(박원숙)와의 재혼이 없었던 일이 된 지 1년후. 고향 영덕에 내려간 그는 계순(이경진)과 함께 뱃사람으로 살고 있다. 딸을 낳은 수경(최진실)은 복직해 가정과 일을 동시에 챙기는 맹렬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한다.

또 중간 도매상이 된 영규(차인표)와 미대에 진학한 민규(송승헌),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수경의 친정오빠(윤철형) 등….

26일 58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MBC의 인기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따뜻한 결말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위로라도 하듯 행복하기만 하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사랑이 미워요”라는 게 늦사랑에 실패한 홍여사의 넋두리다.

‘그대…’는 방영중 줄곧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MBC의 상승세를 이끄는 ‘효자 드라마’ 역할을 해냈다.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족의 삶을 담은 작가 김정수의 감칠맛 나는 극본―최종수PD의 연출력―스타급 연기자들의 개성적 연기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 방영기간 내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순종적은 아니지만 야무지고 슬기로운 맏며느리상, 사업실패로 인한 가족 갈등같은 IMF 이후의 사회분위기도 적절하게 반영한 현실적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 중 40,50대 중년세대의 화려한 부상(浮上)과 복권(復權)도 빼놓을 수 없다. ‘전원일기’에서 한국적 아버지상을 보여주던 최불암이 ‘터프가이’로 변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고 박원숙 양택조 등 중년 연기자들이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신세대의 사랑만 눈물나는 줄 아는 이들에게 중년의 사랑도 그 못지 않게 절절하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 셈이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배경으로 설정된 경북 영덕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모래시계’로 정동진이 철도청의 ‘효자 마을’로 떠오른 이후 두번째다. 그래도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았을까.

막내딸 상옥(서유정)의 연예계 데뷔 이후 겪는 좌절과 상처들은 당초 예정보다 축소됐다. 또 영규는 더 악랄한 모습의 ‘시대적 기형아’로 그려질 계획이었지만 수위가 낮춰졌다.

작가 김정수는 “홍보 차원에서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를 했지만 재천과 계순의 결합은 최초 시놉시스 그대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률이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상옥과 영규 부분은 무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대 그리고 나’의 출연진과 제작진은 23일 화기애애한 ‘쫑파티’를 갖고 성공을 자축했다.

〈김갑식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