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리나,MBC 「대왕의 길」서 혜경궁 홍씨役맡아

  • 입력 1998년 3월 20일 21시 49분


청승이 씨가 된 걸까.

홍리나. 방송가에선 ‘심성이 곱고 유난히 여자답다’는 평판이 자자한 탤런트. 하지만 주로 청승맞은 역할만 맡은 탓인지 한창 뜨려고 하면 발목을 잡는 불상사.

지난해 6월 드라마 촬영중 북한산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지 9개월. 홍리나가 다시 촬영현장에 섰다.

MBC가 내달 중순부터 의욕적으로 선보일 사극 ‘대왕의 길’. 정조대왕의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이 펼쳐질 이 사극에서 홍리나는 비운의 여인 혜경궁 홍씨로 열연한다.

투병생활 여파일까. 복스럽던 볼이 조금은 홀쭉해졌다. 발목도 아직 불편하단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혜경궁 ‘홍씨’는 잠시도 쉴 줄을 모른다.

사실 홍리나는 평소에도 스스로 “스타성도 없고 그리 예쁜 편도 아니니 열심히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지요”라고 겸손하게 말해온 노력파.

인수봉에서의 까마득한 추락도 연기에 몰입했던 와중에 빚어졌다. 지난해 6월19일 MBC드라마 ‘산’을 촬영중이던 인수봉 절벽.

암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로프를 자르는 장면. 칼등으로 자르는 시늉만 하기로 돼 있었는데 ‘아차’하는 순간 칼날이 로프에 닿았고 순식간에 30m 아래로 추락, 허리 다리 등에 중상.

사실 그때가 방송생활의 첫 불운은 아니다.

87년 청소년드라마 ‘푸른교실’로 데뷔, 막 관심을 모으기 시작하던 88년 말에도 교통사고로 1년을 쉬었다. 복귀해 맡은 역은 주로 울고 짜거나 청승맞은 아가씨. “원래는 성격이 불같기도 하고 물같기도 했는데 이젠 발랄함이 없어진 것 같아요”라고 한숨쉰다.

1백69㎝의 키에 수영으로 다듬어온 늘씬한 몸매. 투병기간중 조금 불어났지만 퇴원 후 꾸준한 다이어트로 ‘회복’중이란다.

홍리나의 불행은 무방비 상태였던 연예인들의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각성의 계기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후에도 방송 제작 환경에 큰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후 한 방송간부가 “치료비는 물론 본인이 원할 경우 언제든 드라마출연을 시키겠다”고 약속했다는 후문이지만 실제로 지켜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평소에도 입만열면 “시집가고 싶다”고 노래 불러온 노처녀(30)답게 요즘 홍리나는 “퇴원하면 책임지고 시집보내 주겠다”던 주변사람들의 약속 이행여부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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