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중년만세』…복고풍 드라마 강세 영향

  • 입력 1998년 2월 24일 07시 37분


“나이 마흔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 말라.” 국제통화기금(IMF) 시대 덕인가. ‘고목나무급 스타’들이 뒤늦게 뜨고 있다. 중년연기자들은 과거 신세대가 ‘지배’해 온 연예가의 풍토에서는 스타라는 명칭과 거리가 먼 신세였다. 그런데 신세대스타 위주의 가벼운 트렌디드라마가 IMF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의 포화를 받은 뒤 묵직한 연기력의 중년배우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 뒤늦게 또는 다시 꽃을 피우고 있는 ‘중년 파워’의 선두주자는 탤런트 최불암 박원숙 양택조로 이어지는 MBC ‘그대 그리고 나’의 3인조다. 이들은 원숙한 연기력에 웃음을 실어 드라마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극중 최불암과 양택조는 박원숙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아이들 같은 중년의 사랑법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윤미라 현석도 일일극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KBS1 ‘정 때문에’에서 ‘약방의 감초’ 구실을 해내고 있다. 유동근(KBS1 ‘용의 눈물’), 장미희 백일섭 최종원(MBC ‘육남매’) 등 중년연기자들도 최근 안방극장의 인기판도를 좌우하고 있다. 2월말 방영되는 SBS의 정치드라마 ‘3김(金)시대’는 연기력을 요구하는 작품의 특성상 중년 바람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유인촌 정동환 길용우 등 3김씨로 등장하는 연기자는 물론 주요 배역 대부분이 40대 이상으로 채워졌다. 또 탤런트 박근형이 MBC ‘대왕의 길’의 영조역을 맡았고 오지명도 3월 방영되는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이처럼 ‘고목나무급’ 스타들의 탄생은 무엇보다 경제한파의 영향이 크다. 과거 힘들었던 삶의 궤적을 돌이키면서 시청자의 요즘 정서에 호소하는 ‘육남매’류의 복고풍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정 때문에’ 등 홈드라마 일일극의 지속적 인기도 중년 바람에 힘을 보태고 있다. 3월에 선을 보이는 SBS ‘서울 탱고’, MBC ‘보고 또 보고’도 같은 성격의 드라마들이다. 손쉽게 ‘찍어내는’ 일일극의 특성상 연기력이 탄탄한 중년연기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용의 눈물’의 엄청난 인기와 화제에 자극을 받은 사극붐과 정치드라마 등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어 ‘고목나무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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