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영화 올해 스크린 대거 복귀…다양한 恨풀이 소재

  • 입력 1998년 2월 3일 07시 22분


‘월하의 공동묘지’ ‘월녀의 한’ ‘목없는 미녀’…. 60년대후반부터 70년대초까지 방화의 큰 흐름을 이뤘던 귀신극의 대표작들이다. 충무로의 외면으로 한동안 구천을 떠돌던 이들 귀신이 올해 스크린에 무리지어 복귀, 새 흐름을 이룰 전망이다. 이광훈감독의 ‘자귀모’, 박기형감독의 ‘여고괴담’, 박광춘감독의 ‘퇴마록’,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인 ‘위령제’가 으스스한 귀신들을 불러모으는 영화 네마당. 이밖에 ‘월하의 공동묘지’를 리바이벌하자는 구상 등이 충무로 물밑을 오가고 있다. ‘귀신영화’가 대거 쏟아져 나오게된 배경은 무엇보다 “새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 ‘자귀모’ ‘여고괴담’ 제작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강우석감독은 “코미디가 다소 사그라지면서 최근 멜로가 부상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아니다”며 “다양한 한을 품은 귀신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콤플렉스를 털어낼 수 있다는 기획 아래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귀모’는 다이어트실패, 단신(短身)콤플렉스, 스트레스 과잉 등으로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 여기에 바람둥이로부터 버림받은 진채별(최지우 분)이 자귀모의 새 구성원으로 가담한다. 원래 강감독이 메가폰을 쥘 예정이었으나 이감독에게 넘겨지면서 코믹 색채에 멜로가 가미된다. 컴퓨터그래픽에 주력, 평균 제작비를 훨씬 뛰어넘는 25억여원을 쏟아붓는다. ‘공동묘지에서 출몰하는 구태의연한 귀신’이 아니라 수도꼭지 등에서 새어나오는 세련된 귀신을 선뵐 생각이다. ‘여고괴담’은 학교마다 하나씩은 구전되게 마련인 귀신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여학교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다룬다. 숨진 선생님에 대한 흉흉한 소문, 고양이 울음과 방울소리, 망자(亡者)의 그림, 귀신 나오는 창고 등이 소재로 어우러지면서 정통 공포극의 구도를 갖춰나간다. 이 흉흉한 교사(校舍)에서 두려움에 몸을 떠는 여주인공에는 김규리가 선택됐다. ‘구미호’의 조감독을 맡았던 신예 박기형감독은 “에로티시즘을 가미, 단색조(單色調)의 공포는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령제’는 병원비리를 알게된 간호사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지만 장례식 도중 깨어난 다음부터 유령을 볼 수 있다는 설정위에 서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물이란 점 때문에 외화 ‘킹덤’을 연상시키지 않도록 신경써서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귀신쫓는 영화 ‘퇴마록’에선 신현준 안성기가 퇴마사로, 추상미가 숨진 임산부의 몸에서 태어나 악령들의 위협을 받는 여성역을 맡는다. 시나리오를 맡은 ‘자귀모’의 홍주리, ‘여고괴담’의 인정옥, ‘위령제’의 박연주씨는 모두 이번 작품으로 작가로 데뷔한다. 박광춘 박기형감독도 마찬가지. 이들 신진이 충무로에 어떤 바람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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