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PD,전국 무속-祭儀현장 20년간 영상작업

  • 입력 1997년 9월 22일 07시 44분


전남 섬 지역에는 아직도 풍장(風葬)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음력 3월 제주도에서는 외지인 모르게 한밤중에 굿이 벌어지는 것을 아는 사람은…. 용머리 모습을 한 무당이 물속에서부터 걸어나오면 해녀들이 둘러싸고 운수대통을 비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까. 이같은 모습이 20년간 전국의 무속과 각종 제의(祭儀) 현장을 찾아다니며 비디오와 카메라로 기록해온 김영환KBS PD(43)의 자료집에 담겨 있다. 첨단과학의 현대사회에서도 수천년동안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전통 문화의 숨결이다. 김PD의 작업은 97광주비엔날레에서 「작품」으로 펼쳐지고 있다. 한국의 무속과 삶의 이미지가 서로 교감하는 것을 살피는 특별전 「삶의 경계」에서 「하늘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슬라이드쇼를 펼쳐보이고 있는 것. 전남지역의 풍장인 「초분이장」, 제주도 해녀들의 굿인 「잠녀굿」 등은 김PD가 10년이나 걸려 촬영했다. 현지인들은 그들의 비밀스런 제의가 외래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않기 때문에 촬영승낙을 받아내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김PD는 아직도 차령산맥일대에는 외부의 눈길을 허락하지 않는 제의들이 있다고 한다. 그가 이 작업에 빠져든 것은 경희대 국문학과 시절 충남 부여 「은산별신대제」를 보고 받은 「느낌」때문이었다. 『백제가 망한 뒤 유민들이 신라에 저항하며 백제부흥을 기원하던 제의가 1천년여 세월에도 그대로 이어져오는 것을 보고 민중문화의 힘을 느꼈죠. 머릿속에 파고든 그 영상 이미지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전국의 굿판과 상가를 찾아다녔고 민요를 채록했다. 이렇게 모은 기록이 슬라이드 30만장에 이른다. 김PD의 영상기록은 국학연구에서도 상당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79년 동아방송에 입사, 80년 KBS로 옮긴 뒤 92년 「농부들의 사계(四季)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라디오다큐멘터리상, 94년 「혼의 노래 진도의 소리」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PD로서도 바쁘게 지냈다. 지난 20년간 그가 우리 전통에서 찾아낸 것은 「인간적 체계성」이었다. 전남 진도의 「넋건지기 씻김굿」이 한 예. 물에서 죽은 뱃사람을 위한 이 굿은 망자의 옷을 용왕신에게 흔들며 넋을 부르는 제의다.우리 전래 신앙에서 넋은 저 혼자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보낸다. 임종을 못했을 경우 가족들이 그 넋을 불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같은 「사람사는 맛과 정」이 그를 20년 동안 「현장」에 달려가게 하는 우리 고유의 내적 에너지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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