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열차에 스튜디오 마련 「달리는 무대」새시도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에 TV와 사랑을 싣고 떠난다. 검정 교복에 까까머리, 사이다 한병과 터널 속의 짧은 소동을 기억하는가. 어떤 이유로든 길을 떠나는 이의 마음 속에 기차는 지난날의 아련한 추억과 일상탈출에서 비롯되는 묘한 열정, 미지의 세상에 대한 설레임이 깃들게 한다. KBS 「가요무대」 (월 밤10.00)와 SBS 「TV특급 일요일이 좋다」(일 오후7.00)는 추억 속의 기차를 「이동스튜디오」 형식으로 불러낸다. TV와 기차의 행복한 만남, 말하자면 「TV train」이다. 「가요무대」는 지난 12일 오후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현철 송대관 설운도 현숙 등 가수와 코미디언 정명재가 참가한 가운데 바닷가 공연을 펼쳤다. 진짜 하이라이트는 이에 앞서 열차 안에서 이뤄진 특별공연. 서울발 대천행의 특별열차편에는 송대관 현철 현숙 진미령 등 가수와 1백여명의 제작진을 포함,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1백가족 4백여명이 몸을 실었다. 덕분에 6개의 객실마다 별명이 붙었다.1호차 송대관호, 4호차 설운도호 5호차 현숙호 등. 한강 철교를 벗어나자 특별열차 내에서는 MC 김동건의 사회로 초대가족 인터뷰와 객실간의 노래대결이 이어졌다. 초대가족은 물론 가수들조차 한치도 질 수 없다는 듯 「차표한장」 「사랑하는 영자씨」 「봉선화 연정」 등을 2시간40분의 여정동안 줄기차게 불러제쳤다. 연출자 홍경수PD는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여겨지던 기차를 프로의 무대로 활용했다』며 『「손님」들이 현실을 탈출한 가운데 기차로 이동하면서 털어놓는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21일 방영예정. 「TV특급…」중 신설된 「꿈을 실은 열차」 코너의 첫무대는 드라마 「모래시계」로 널리 알려진 강원 동해시의 정동진역. 밤9시가 조금 지나 청량리역에서 밤차를 타고 7시간동안 굽이굽이 길을 가면 다음날 새벽4시경 그곳에 도착한다. 「모래시계」에서 혜린(고현정 분)이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처연한 표정을 짓던 자리, 그래서 지금은 「고현정 소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있는 곳이다. 그 뒤로 바다를 마주한 채 한없이 이어질 듯한 철길이 기다리고 있어 누구라도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같은 느낌을 주는 장소다. 지난 11일 정동진에는 연인들의 명소처럼 된 장소의 특성상 미혼의 연인 20쌍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개그맨 표인봉과 「UP」 박상민 「출장 전문가수」 김창남 등이 출연, 밤을 꼬박 달리는 열차를 무대로 노래와 게임, 영화 상영 토크쇼 등 다양한 코너가 펼쳐졌다. 20일 첫회가 방영되며 정동진을 시작으로 사연과 정이 묻어나는 기차여행을 매주 떠나게 된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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