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50돌,南프랑스가 뜨겁다

  • 입력 1997년 5월 2일 08시 33분


두가지 이미지다. 눈부신 지중해의 태양아래 누운 반라의 여인들, 그리고 정장차림으로 필름마켓을 찾아다니는 비즈니스맨. 올해로 50회를 맞는 칸 국제영화제도 두 얼굴을 가졌다. 진지한 예술혼과 타오르는 본능, 작품성과 상업성에 두다리를 걸쳐야 하는 「영화」 또한 야누스적 숙명이라고나 할까. 1939년 프랑스 정부는 「세계 영화」와 「프랑스의 영화(榮華)」를 위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쟁의 포화로 축제는 미뤄지고 1946년에야 첫 팡파르가 울렸다. 48년과 50년에도 정치 경제적 이유로 영화제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이 50회다. 칸 영화제가 세계 영화계에 미친 영향은 특별하다. 미국의 아카데미가 영어권 영화의 잔치이자 할리우드 영화 수출 창구인데 반해 칸영화제는 유럽과 아시아를 폭넓게 안아왔다. 50년대 동서냉전 속에서도 헝가리 체코 등 동구권의 작품을 초청했고 충분치는 않지만 인도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영화에도 문을 열어주었다. 베를린 베니스 등 숱한 국제영화제가 있지만 칸 영화제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로 유명하진 않다. 「8과 2분의 1」의 난해한 예술정신부터 「바톤 핑크」의 코믹 공포까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은밀한 사생활부터 「실종」의 사회참여까지. 「남과 여」의 아릿한 분위기에서 「펄프 픽션」의 붉은 피까지. 대중적 작품과 전위 예술이 한 곳에서 만나고 세계 영화인들이 아이디어를 겨루고 영화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아크로폴리스」의 역할을 해왔다. 오는 7∼18일 세계의 영화인들이 이 영화제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칸에 모인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이사벨 아자니를 비롯해 중국배우 공리, 감독 팀 버튼, 발레리노 패트릭 듀퐁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며 49회까지의 황금종려상 수상자와 심사위원장들이 거의 「출연」한다. 우디 앨런, 빌리 와일더, 엘리아 카잔, 스티븐 스필버그,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콜세지, 코스타 가브라스, 데이비드 린치, 제인 캠피언, 코엔형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밀로스 포먼…. 영화팬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감독들이 이미 칸해변에 호텔을 잡았다. 주최측은 50년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전시회를 여는 등 여러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공식행사가 있는 11일은 영화에 바치는 발레공연과 콘서트 무도회,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이 뽑은 「종려중의 종려상」 시상식이 열린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며 스웨덴 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이 영예중의 영예인 「종려중의 종려상」을 받는다. 〈신연수기자〉 [출품작] ▼세계 영화계 흐름을 좌우하는 칸의 위력은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50주년에 걸맞게 출품작 및 감독들의 면모가 쟁쟁하다. 뤽 베송과 빔 벤더스, 장이모 왕가위 등 유럽과 할리우드의 거장들은 물론 아시아의 유명감독들도 대거 가세해 열띤 경연을 예고하고 있는 것. 칸 영화제는 감독주간이나 회고전 등 비공식부문과 △경쟁부문 △특별상영 △시내상영 △주목할만한 시선 등 공식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장편경쟁부문이 가장 주목받는 「영화제의 꽃」. 뤽 베송의 SF영화 「제5의 요소」(The Fifth Elements)로 시작, 20편이 경합을 벌이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절대권력」(Absolute Power)으로 막을 내린다. 「절대권력」은 경쟁과는 무관한 폐막 초대작. 「가위손」으로 친숙한 조니 뎁의 감독 데뷔작 「용감한 자들」(The Brave)은 말론 브란도를 주연으로 기용,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장 뤽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 등 22편이 올라있는 「주목할만한 시선」부문에서는 전수일감독의 중편 흑백영화 「내 안에 우는 바람」이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칸에 입성, 눈길을 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전감독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문에 출품돼 「운파상」을 받은 바 있다. 87년 「물레야 물레야」(감독 이두용), 89년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감독 배용균)에 이어 이 부문에 초청된 세번째 우리 영화다. 단편 경쟁부문은 미국 리처드 짐머만감독의 애니메이션영화 「새집」(Birdhouse) 등 11편을, 특별상영부문은 케네스 브래너감독의 「햄릿」(영국) 등 7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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