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탤런트 변신… 14년만에 「산울림」 재건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허엽기자] 가수 김창완은 마흔넷이 넘도록 꿈꾸는 듯한 얼굴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젊은 중년이다. 77년 「산울림」데뷔로 시작한 음악생활이 올해로 꼭 20년. 그 속에서 가장 많이 쓴 말이 꿈과 젊음이다. 게다가 요즘은 확실한 자기 이미지를 가진 탤런트로도 섭외요청이 적지 않다. 그를 원하는 PD들의 조건은 『평소 모습 그대로 하면 된다』는 것. KBS 2TV 일일극 「오늘은 남동풍」에서 홀아비 의사역과 14년만에 3형제가 모여 사운드를 이룬 「산울림」 새앨범(13집)으로 분주한 그를 최근 만났다. ―드라마 배역이 대부분 꿈을 잃지 않는 소시민의 모습인데…. 『그런가. 하긴 방송가에서는 불쌍한 배역이라면 나를 0순위에 꼽는다고 한다. 이번 일일극에서도 애딸린 홀아비 의사다. 그렇지만 다른 때와 달리 세련된 직업이고 곧 결혼도 한다(웃음)』 ―이미지가 어쨌든 서글픈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평을 듣는데… 『잘 모르겠다. 연기할 때 어떤 정형을 그려놓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모습에 내재되어 있는 슬픔을 찾아내는 시청자나 PD들의 눈이 놀랍다. 「산울림」의 팬들도 노래를 들으면 즐겁다가 슬퍼진다고 말한다』 ―내면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연기와 노래는 어떻게 다른가. 『연기는 어떤 것에 수렴하는 듯하고 노래는 그 무엇을 발산시키는 기분이다. 이를테면 탤런트의 경우 드라마는 종점인데 반해 가수의 음반은 출발점이다. 그런데 드라마 섭외야 즐겁지만 나를 너무 탤런트로 몰아붙이지 말아달라. 음악이야기를 하자』 85년 「바다의 노래」로 드라마에 첫출연했던 김창완은 『몇편의 드라마를 거친 후 「연애의 기초」(95년)로 명실상부한 탤런트 대접을 받게 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13집은 14년전의 「산울림」보다 더 강렬한 록사운드여서 의외라는 평이 있다. 『새앨범은 10대를 겨냥했다. 왕년의 밴드가 왕년의 팬에게 돌아간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 기성세대에게 음악은 추억이지만 10대에게는 그렇지 않다.「산울림」도 신인그룹으로 젊은 세대의 평가를 받고 싶다』 ―댄스음악에 열광하는 10대에게 기대를 걸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그렇지 않다. 수량이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록만큼 영향력 있는 음악은 없으며 대중음악은 영향력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무지개」 등 수록곡의 뜻은…. 『젊음의 힘은 무모함에 있다.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발상은 이런 젊음에서비롯되는 「뒤집기」다. 「무지개」는 이런 젊음이 희망이라는 뜻이다』 「산울림」의 음반은 「외출」 「잔인한 아침」 등 13곡을 담았으며 3월13∼15일까지 연강홀에서 라이브 콘서트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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