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3구역·삼성물산 4구역 품었다… 압구정 9조 재건축 수주전 본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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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잠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서울 강남권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이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건설이 압구정3구역 시공사로 확정된 데 이어 삼성물산도 4구역 시공권을 손에 넣으면서, 3·4·5구역을 합산한 총 9조1724억 원 규모의 재건축 시장 판도가 서서히 굳어지는 양상이다.

압구정3구역, 현대건설 단독 수주… 총공사비 5조5610억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현대건설을 최종 시공사로 확정했다. 현대건설은 단독 후보로 총회에 올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시공권을 확보했다. 총 조합원 3988명 가운데 2621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2332명이 찬성해 참여자 기준 89%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3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현대아파트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 등을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기존 3934가구를 지하 7층~지상 최고 65층, 총 517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으로, 총공사비는 5조5610억 원에 달한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 전체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사업지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에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와 한강변 초고층 단지 구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압구정 기존 주거지의 상징성과 한강 조망 입지를 결합해 서울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3구역이 규모와 입지 면에서 향후 압구정 재건축 전체의 기준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압구정4구역은 삼성물산… 노만 포스터와 글로벌 설계 협업

압구정4구역은 3구역보다 이틀 앞선 지난 23일 총회를 열고 단독 입찰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 1337명 가운데 71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626명이 찬성해 참여자 기준 87.4%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총공사비는 약 2조1154억 원 규모다.

4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487번지 일대 현대8차와 한양3·4·6차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기본 계획안 기준 지하 5층~지상 최고 67층, 8개 동, 총 1662가구 규모로 추진되며, 삼성물산의 대안 설계안이 반영될 경우 9개 동, 1664가구로 소폭 조정될 수 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 협업을 차별화 카드로 꺼내 들었다. 세계적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조경 설계사 PWP를 설계 파트너로 참여시켜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전 조합원 한강 조망 보장, 전용률 73.31%, 가구당 평균 약 72㎡의 서비스 면적 제공, 전 조합원 세대 테라스 적용 등도 주요 제안에 포함됐다.

현대건설 vs DL이앤씨, 5구역 격전 예고… 30일이 분수령

3·4구역 시공사가 확정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오는 30일 열리는 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로 쏠리고 있다. 5구역은 이번 압구정 수주전에서 유일하게 복수 경쟁 구도가 형성된 곳으로,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맞붙는다.

5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490번지 일대 한양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지하 5층~지상 최고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추진되며, 예정 공사비는 1조4960억 원이다. 3.3㎡당 공사비는 1240만 원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확보한 압구정2·3구역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조합원을 공략하고 있다. 5구역까지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강변을 따라 2·3·5구역을 잇는 하이엔드 주거 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와 한강변 고급 주거 단지 시공 경험을 무기로 현대건설의 압구정 내 우위에 도전장을 던졌다. 조합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춰 공사비 및 금융 조건, 이주비 조달 방안, 추가분담금 납부 유예 등 실질적인 혜택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5구역 결과에 따라 압구정 재건축 수주 구도는 크게 달라진다. 현대건설이 가져가면 2·3·5구역을 아우르는 압도적 수주 벨트를 형성하게 되고, DL이앤씨가 수주하면 삼성물산과 함께 또 다른 대형 건설사가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 안정적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 된다.

압구정2구역은 이미 현대건설… 1·6구역은 아직

압구정2~5구역 중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한 곳은 2구역이다. 신현대9·11·12차를 재건축하는 이 사업은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현대건설은 올해 3월 조합과 2조7489억 원 규모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압구정2구역은 초고층 단지로 추진 중이며, 계약 체결 이후 인허가 절차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압구정1구역과 6구역은 아직 2~5구역만큼 시공사 선정 흐름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1구역은 미성1·2차 아파트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업지로, 현재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성1차와 2차 주민 간 통합·분리 재건축 여부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2~5구역보다 사업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6구역은 한양5·7·8차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구역이다. 6구역 역시 통합 재건축과 단지별 재건축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2~5구역 시공사 선정이 먼저 마무리된 뒤 1·6구역을 둘러싼 후속 수주전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공사비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한강변 입지, 강남권 학군, 풍부한 생활 인프라, 기존 고가 주거지 이미지를 모두 갖춘 압구정에 최고 65~70층의 초고층 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향후 서울 고급 주거 시장의 새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압구정은 대규모 공사 물량 확보와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를 증명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다. 현대건설·삼성물산·DL이앤씨 등이 한강 조망, 초고층 설계, 글로벌 건축가 협업, 커뮤니티 특화, 금융 지원이라는 카드를 총동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조합원 부담은 앞으로도 변수로 남는다. 최근 강남권 정비사업에서는 3.3㎡당 공사비가 1000만 원을 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초고층 설계와 특화 마감재, 대형 커뮤니티, 한강 조망 설계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압구정 역시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강남구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라는 점도 일반분양 수익성과 조합원 분담금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단일 구역 수주를 넘어 한강변 고급 주거 시장의 주도권을 가르는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5구역 결과까지 나오면 압구정 일대 건설사별 구도와 사업 추진 흐름도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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