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8단계서 15단계 수직 상승
미주노선 왕복 112만원 더 붙어
여름 휴가철 앞 소비자 부담 커져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5월 발권하는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처음으로 ‘최고 단계’로 치솟았다. 대한항공의 경우 미주 노선 왕복 시 3월 20만 원을 밑돌던 유류할증료가 5월에는 무려 112만8000원으로 뛰었다. 인천∼뉴욕 노선의 이코노미 좌석 왕복 항공권 요금이 최고 670만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유가 흐름이 지속되면 6월 이후에도 최고 수준의 유류할증료가 부과될 수 있어 여름 휴가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5월 발권 항공권 유류할증료를 공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미주 동부와 중부 노선의 편도 유류할증료가 56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달 30만3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5만 원이 올랐고, 3월 유류할증료(9만9000원)의 5.7배 수준으로 폭등한 것. 아시아나항공의 5월 미주 노선 편도 유류할증료가 47만6200원으로, 7만8600원이던 3월 대비 약 6배 수준으로 올랐다. 3월에 1만∼2만5000원 수준이던 중국과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의 유류할증료도 5월에는 7만∼10만 원으로 매겨졌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의 여파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MOPS) 기준으로 항공유 가격을 33단계로 구분해 매달 16일 다음 달 적용 금액을 발표한다. 5월 할증료는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의 평균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는데, 중동 사태 여파로 최고 등급인 33단계를 기록한 것이다. 4월 18단계에서 한 달 만에 15단계가 수직 상승한 결과다.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제도가 도입된 이후 33단계를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최고 단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22단계다.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닌 발권일 기준으로 부과된다. 발권 당시 결정된 금액은 향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변경되지 않고, 인하된 유가는 다음 달 유류할증료에 반영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고유가 상태가 5월 15일까지 지속되면 6월 유류할증료 역시 최고 단계를 유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15일 기준 MOPS는 갤런당 4.78달러로, 유류할증료 33단계 기준인 4.70달러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원유 수급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유류할증료 고공비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류할증료가 더 뛰기 전인 4월 내에 항공권 구매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사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던 소비자들도 고유가가 언제 끝날지 모르다 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한 4월에 발권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할증료 부담으로 여행 상품 판매 자체가 중단되거나 관련 광고가 취소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비는 항공기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한다. 유류할증료가 최고 단계인 33단계에 도달하면 유가가 더 오르더라도 소비자에게 더 부과할 수 없다. 이에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류비 부담이 작고, 엔저가 유지되고 있는 일본 노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 항공사 임원은 “일본으로 가려는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일본 노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은 400석 규모의 대형기인 A380을 도쿄에 투입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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