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사진 116만 장 분석해보니
도시 개발-전력망 증설 등 원인… 일각 “IAU 기준 빛 공해에 해당”
美 우주기업, 위성 100만 개 등… 연방통신위에 ‘발사 허가’ 신청
세계 생물-수면학회 ‘공동 서한’
“호르몬 등 영향… 기준 마련해야”
미국항공우주국(NASA) ‘블랙 마블’ 데이터로 본 2014년∼2022년 지구의 인공조명 변화. 금색은 밝기 증가, 보라색(원 안)은 감소, 흰색은 두 현상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Michala Garrison/NASA 지구 관측소 제공
지구의 밤이 9년간 16% 밝아졌다. 단순히 밝아지기만 한 것이 아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매일 밤 찍은 116만 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같은 지역에서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하는 변동성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밤 환경이 빠르게 바뀔수록 동식물과 인간 사회가 적응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경고를 던지고 있다.
● 9년 동안 16% 밝아진 지구의 밤
저주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팀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 전 세계 야간 인공조명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NASA의 ‘블랙 마블’ 위성 시스템을 활용했다. 블랙 마블은 매일 오전 1시 30분경 지구 상공에서 지표면의 빛을 촬영한다. 구름, 달빛, 대기 영향을 걷어내고 인공조명만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500m 해상도로 촬영된 이미지에 변화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각 지점의 조명이 언제,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했다. 핵심 분석 대상 지역으로 북위 70도부터 남위 60도에 이르는 거주 가능 육지 약 1516만 km²로 설정했다. 지구 전체 육지의 10%에 해당한다. 이 중 351만 km²에서 9년간 조명 변화가 감지됐다. 전 세계적으로는 불이 켜진 곳의 조명량이 2014년보다 34% 늘었고 불이 꺼진 곳이 18% 줄어 실질 증가분은 16%에 달했다.
원인은 지역마다 달랐다. 중국과 인도는 도시 개발과 전력망 확충으로 조명이 크게 늘었다. 유럽은 반대였다. 발광다이오드(LED) 교체와 빛 공해 규제 덕분에 오히려 4% 줄었다. 베네수엘라는 경제 침체와 전력 인프라 노후화로 26% 이상 줄었다.
단순히 늘거나 줄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같은 지역에서 조명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확인됐다. 변화를 겪은 지역만 살펴보면 9년간 평균 6번 이상 방향이 바뀌었다. 미국 텍사스 셰일 유전 지대가 대표적이다. 원유 시추가 활발할 때 조명이 늘었다가 생산이 줄면 감소하기를 반복했다. 연구팀은 “야간 조명의 증가뿐 아니라 감소와 변동에 대한 사회경제적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 거의 탐구되지 않은 영역”이라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거울 위성에 100만 위성까지… 밤 더 밝아진다
실제로 지구의 밤을 더 밝게 만들 계획들이 현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심사 중이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저궤도에 최대 100만 개의 위성을 띄워 인공지능(AI) 연산용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며 FCC에 위성 발사 허가를 신청했다.
미국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탈은 태양 빛을 반사해 밤에도 태양광 패널에 빛을 전달하는 ‘우주 거울 위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 특정 지역을 보름달보다 밝게 비추는 시험용 위성 발사 허가를 FCC에 신청했다. 2030년까지 최대 4000기 위성 운용이 목표다.
어두워야 할 밤하늘이 지표면은 물론 저궤도까지 밝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과학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6일 30개국 이상 약 2500명의 연구자를 대표하는 유럽생물리듬학회(EBRS)·생물리듬연구학회·일본시간생물학회·캐나다시간생물학회 회장단이 FCC에 공동 서한을 보냈다. 밤이 밝아지고 불규칙해지면 인간·동물의 수면·호르몬 분비부터 식물 계절 주기, 해양 플랑크톤 생존 리듬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회장단은 FCC에 완전한 환경 영향 검토와 위성 반사율·밤하늘 밝기 제한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러스킨 하틀리 비영리단체 ‘다크스카이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도 FCC에 보낸 별도 서한에서 “위성 수 증가로 밤하늘 밝기가 이미 약 10%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상태의 밤하늘에 비해 10% 이상 밝은 상태’를 빛 공해로 규정한다.
세계수면학회·유럽수면연구학회·수면건강재단·호주수면학회·오스트레일라시아시간생물학회도 FCC에 별도 서한을 보내 밤낮 주기 교란이 수면 장애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건강 이상으로 이어지는 생리적 메커니즘이라고 밝혔다. 우주 개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밤하늘 변화를 기후 변화, 해양 산성화와 같은 수준의 환경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랙 마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프로젝트로 매일 밤 위성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한다. 2012년 시작됐으며 지역·국가 간 빈부격차 등을 보여주는 자료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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