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치매 환자가 사기 범죄로 재산을 잃거나 인지 능력 저하로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막기 위해, 국가가 최대 10억 원 한도 내에서 환자 재산을 직접 위탁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본인이나 후견인이 국민연금공단과 신탁 계약을 맺으면 공단이 병원비·생활비 등 일상 지출을 대신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동네 의원이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치매 주치의’ 제도가 2028년 전국으로 확대되고, 중증 환자를 전담하는 안심병원도 현재보다 2배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가치매관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해 발표했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국가가 환자의 ‘경제적 권리 보호’부터 ‘통합 의료·돌봄 체계 구축’까지 책임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치매역학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지난해 97만 명에서 2030년 121만 명, 2050년 226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역사회 치매관리율을 지난해 76.4%에서 2030년 84.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연금공단이 재산 위탁 관리…10억 이하 중산층 사각지대 해소
정부는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오는 4월 시범 도입한다.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대상자는 2030년까지 1만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본인 또는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위탁받아 의료비, 생활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관리·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 목표 인원은 750명이다. 대상은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가운데 재산관리 위험이 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기초연금 수급권자 등이다. 신탁재산은 현금, 지명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주택연금 등으로 한정하며 상한은 10억 원이다.
은성호 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치매 환자의 재산이 방치되거나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공공 관리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법·제도 보완 사항을 점검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민간 신탁의 경우 10억 원 이상 자산가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한계가 있다”며 “재산관리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상한을 10억 원으로 설정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적정 금액과 대상 기준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치매공공후견 지원 인원은 올해 300명에서 2030년 1900명까지 확대한다. 치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법적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조치다. 후견인 후보자 교육과정은 실무 중심의 의사결정 지원 내용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높인다. 아울러 생애 말기 존엄성 보장을 위해 치매 환자를 위한 사전돌봄계획 가이드라인 제작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치매관리주치의 2028년 전국 확대…안심병원도 50개소로 확충
정부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적용 지역을 올해 90개 시군구로 확대하고 2028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올해는 주치의 시스템을 구축해 치매환자의 건강관리와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를 강화한다.
치매관리주치의는 치매 증상 관리뿐 아니라 만성질환, 약물복용, 행동심리증상(BPSD), 돌봄 필요도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2024년 7월 도입됐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42개 시군구, 253개 의료기관, 의사 320명이 참여하고 있다.
행동심리증상(BPSD)을 동반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매안심병원은 현재 25개소에서 2030년 50개소까지 확충한다. 원인별·중증도별 맞춤형 임상진료지침은 2028년까지 개발해 확산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조기진단 강화…감별검사 지원 상향 검토
정부는 변별력을 높이고 검사 시간을 단축한 치매안심센터용 자체 진단검사도구(CIST-In Depth, 가칭)를 내년까지 개발해 2028년부터 적용한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 치매안심센터 감별검사 본인부담금 지원 상한을 상향 검토해 환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일자리, 의료·요양 통합돌봄 등 관련 복지사업 대상자가 자동으로 치매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예방관리를 강화한다. 치매안심센터 인지강화교실은 주 1회에서 주 3회로 확대하고 치매위험인자 자가관리매뉴얼을 개발·보급한다.
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제공)
치매환자쉼터·보호시설 중복 이용 허용…가족 정서지원 패키지 제공
정부는 치매를 지닌 장기요양등급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재가서비스 월 이용 한도액 상향을 검토해 충분한 돌봄을 제공한다.
인지지원등급자가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쉼터와 주야간보호시설을 중복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한다.
국공립기관·요양병원이 부족한 지역에는 치매전담형 요양시설과 주야간보호시설을 확충하고, 요양시설 내부 치매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 주거환경 가이드라인을 내년 배포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환자 가족을 위한 정서지원 패키지를 운영한다. 돌봄 경험이 풍부한 보호자가 초기 돌봄 보호자에게 경험을 공유하는 노인일자리 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제공한다.
고위험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치매 의심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한다.
은성호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AI 활용한 치매 연구 지원…지역별 특성 반영한 관리체계 고도화
정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활용한 치매 진단·예측·관리 연구를 확대한다. 현장 적용이 가능한 디지털 기술 도입 기반도 마련한다.
근거 기반 치매 프로그램 관리체계를 구축해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 평가를 통해 사업 성과를 정량적으로 관리한다.
전국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는 도시·농어촌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유형별 지원체계로 개편한다. 중앙치매센터와 광역치매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광역 단위 치매자원 연결망을 구축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초고령사회에서 증가하는 치매 환자 수에 대응해 경도인지장애 단계 예방, 돌봄 부담 완화, 환자 권리 보장에 중점을 둔 계획”이라며 “치매가 있어도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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